‘세이노’의 기술

세이노(Say “NO”)는 거절(拒絕, rejection)하는 것을 말합니다. 거절은 상대편의 요구, 제안, 선물, 부탁 따위를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침을 의미합니다. 유의어로는 거부나 사양 등이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사회적인 상황, 업무 관련 상황 또는 개인 간의 상호작용에서 수시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도전하는 들이대 정신이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거절을 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혹시 상대방이 실망하거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판단할까 봐 두려워서 거절하지 못합니다. 필자가 거절을 기술이라고 단정하는 이유는 결코 간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적절할 때에 지혜로운 방법으로 거절하는 것은 대단한 기술입니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부족하면 거절하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최대한 많은 요청을 수락해야 하지만 자칫 거절하지 못해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지쳐버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상대방의 모든 부탁을 수락하다가 호구(虎口)로 전락하고 맙니다. 호구란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필자도 수많은 경험을 통해 거절하는 기술을 익혔습니다. 평생직업과 인생 다모작을 위한 코칭을 시작한 초기에는 누구의 요청이든지 거절하지 않고 만나서 아낌없이 필자의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하여 도와주었습니다. 문제는 물리적으로 이동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에너지를 너무 소진해서 독서와 글쓰기 등 자기 계발에 큰 지장을 주었습니다. 필자에게 직접 코칭을 의뢰하지 않으면서 시간만 빼앗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코칭을 받기 전에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완곡하게 거절하고 대신 필자의 홈페이지와 유튜브 강의를 보내 미리 한번 스크리닝(screening)을 한 다음, 코칭 수업료를 받으면 본격적인 코칭을 시작합니다. 돌이켜 보면 이런 노하우가 쌓이기까지 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대부분 필자를 대면해서 만나려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자기 자신이 알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화를 하면서 함께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코칭의 과정이며 핵심입니다. 코칭은 티칭과 달리 지식과 경험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고 일어설 수 있도록 옆에서 격려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자극을 주고 힌트를 주는 것입니다. 한두 시간 만나 대화한다고 해서 괄목할 만한 결과물을 끌어낼 수는 없습니다. 최소 매주 두 시간씩 10회 정도를 코칭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거절의 기술을 익히면 불필요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자기 자신의 요청 사항을 구체화하게 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당당하게 거절함으로써 자존감을 지키고 자신감을 세울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스페인 산티아고 800km 걷고 나서 체중 5kg를 줄이고 지금까지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식탐을 제어하지 못해 가끔 폭식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식사를 하던 중 일행이 권해도 언제든지 수저를 내려놓습니다. 옆에서 더 먹기를 권하면 나도 그만 먹을 권리가 있다고 말하며 거절합니다. 혹시 많은 음식을 섭취했을 때는 이틀에 걸쳐 체중을 감량합니다. 평소에 세이노라고 말하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거절의 기술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거절의 기술은 누구나 익혀야 하는 덕목입니다. 특히 자신이 프로페셔널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One comment

  1. Say “NO” 기술이 부족해서 곤란을 당한 경험이 많이 있습니다.
    오늘 올려주신 ‘세이노’ 기술을 활용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