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일 토요일, 여의도 63빌딩에 자리한 퐁피두 센터 한화를 찾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전시를 관람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한화문화재단과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파트너십으로 마련된 개관전으로, 2026년 6월 4일부터 10월 4일까지 진행됩니다. 정규 무료 도슨트가 공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토요일에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갔지만, 전시장 상황에 따라 그날은 도슨트 진행이 없다는 안내를 받아 다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대신 현장에 비치된 QR 코드를 통해 관련 자료를 내려받아, 이를 참고하며 전시장을 천천히 둘러보는 방식으로 나름의 깊이 있는 관람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전시는 1907년부터 1927년까지 약 20년에 걸친 큐비즘(입체주의)의 전개 과정을 촘촘하게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조르주 브라크와 파블로 피카소가 세잔의 형태적 탐구와 아프리카·오세아니아 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전통적 원근법을 거부하는 데서 출발한 초기 실험, 이후 형태와 공간을 극도로 해체한 분석적 큐비즘, 실제 사물을 화면에 도입한 콜라주와 파피에 콜레 중심의 종합적 큐비즘, 색채와 리듬을 강조한 오르피즘,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절제와 고전미가 강조된 1920년대 ‘질서로의 회귀’에 이르기까지, 큐비즘이 하나의 실험에서 보편적 양식으로 자리잡아가는 흐름을 순서대로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KOREA FOCUS’ 섹션이었습니다. 1930년대 일본 유학파였던 김환기와 유영국이 기하학적 추상을 선구적으로 받아들이고, 시인 이상이 파편화된 시적 실험으로 ‘큐비스트적 시인’이라 평가받았다는 사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1950년대로 넘어가면 작가마다 큐비즘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소화해 낸 점이 흥미로웠는데, 박래현은 시장과 인물, 생활 장면을 입체주의적으로 재구성했고, 이수억은 전쟁 체험과 사실주의적 기록성을 바탕으로 산야·가족·소·농촌 풍물 등을 한국적 리얼리즘의 언어로 담아냈으며, 변영원은 전쟁의 이미지를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연상시키는 변형된 형상으로 표현해 냈습니다. 이처럼 작가별로 결이 다른 수용 양상을 통해, 서양 미술사조가 한국 근현대 미술과 문학 속에서 어떻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뿌리내리고 변용되었는지를 실감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동서양 예술이 만나는 접점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했던 점은, 프랑스까지 가지 않고도 이런 수준 높은 국제적 개관전을 가까운 여의도에서, 그것도 시니어 요금 2만 원이라는 부담 없는 가격으로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토요일임에도 전시장에는 많은 관람객이 찾아와 작품 하나하나 앞에서 오래 머물며 몰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 열기 속에서 큐비즘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결코 낮지 않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전시는 오는 10월 4일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아직 발걸음을 하지 않으신 분들께는 늦기 전에 꼭 한 번 다녀오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