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력(表現力, expressiveness)이란 생각이나 느낌 등을 언어나 몸짓 같은 형상으로 나타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제아무리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적당한 때에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능력을 과장해서는 곤란하고 위험하지만 반대로 그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람마다 자기만의 고유한 언어가 있습니다. 폭넓은 어휘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냥 알고만 있으면 되지 그걸 굳이 표현해야 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그건 뭔가를 착각하는 겁니다. 우리는 인간관계 속에서 얽히고설키며 살아갑니다. 표현력은 복잡한 관계를 단순하게 풀어주는 오아시스 같은 도구입니다.
변주(變奏)는 음악 용어인데 어떤 주제를 바탕으로 선율, 리듬, 화성 따위를 여러 가지로 변형하여 연주하는 것입니다. 표현력은 음악의 변주처럼 하나를 배워서 다양하게 응용하는 것입니다. 유명 작가는 다양한 책을 씁니다. 그들을 만나 대화해 보면 놀랄 만큼 다양한 주제에 대해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단지 독서량이 많아서 주제가 다양한 게 아닙니다. 한 권의 책을 읽고도 사색이라는 자신만의 프로세스를 거치고 나면 그 주제를 변주해서 또 다른 주제를 찾아냅니다. 적은 독서량으로도 변주에 능하면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주제를 찾아내면 또 한 권의 책이 뚝딱 만들어집니다. 그렇게 표현력을 키우고 변주를 잘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기 언어를 통해 표현력을 갖춘 사람은 무엇을 말하거나 글을 쓸 때 언제나 자기가 중심에 서 있습니다. 분명한 근거를 가지고 자신의 주관을 펼쳐 보입니다. 그들의 말과 글은 거침이 없습니다. 재미있어서 대화하거나 글을 주고받는 것이 즐겁습니다. 다른 사람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주제를 무시로 끄집어 냅니다. 하나를 보고 열을 말하거나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은 여유가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바쁘지 않아 보이지만 그의 생각은 치열하게 변주를 하고 있습니다. 표현력에 능한 사람은 어렵게 말하거나 글을 쓰지 않습니다. 말이나 글을 에둘러 하지도 않습니다. 깊은 생각의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 상대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는 바로 표현력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열심히 말을 하거나 글을 쓰고도 오해를 받는다면 그건 자신의 잘못입니다. 듣거나 보는 사람의 책임이 아닙니다. 책을 쓰고 많이 팔리지 않는 것은 표현력이 부족해서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자신은 잘 표현했는데 마케팅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말하지만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잘 표현하면 책도 잘 팔립니다. 독자들이 귀신같이 알아챕니다. 그러니 남의 탓을 할 게 못됩니다. 새삼스럽게 마음을 가다듬고 표현력을 키우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독서하고 칼럼을 쓰고 강연을 하는 모든 과정에서 점차 표현력이 나아지도록 말입니다. 꾸준히 노력하면 조금씩 나아질 것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