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을 만나면, 인생이 정말 노래가 되었다 – 이은진 저자의 출판 기념회에 다녀와서
오늘 나는 책 한 권이 무대가 되는 순간을 목격했다.
출판 기념회장에서 들은 기타 선율. 단순한 축하 공연이 아니었다.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기타의 음색은 마치 스페인 남부의 어느 골목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처럼 공간 전체를 물들였다. 그리고 이어진 플라멩코. 붉은 드레스 자락이 공기를 가르고, 발 구르는 소리가 심장 박동과 겹쳐지는 순간, 객석의 누군가가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나도 그랬다.
이어 테너와 소프라노의 노래가 울려 퍼질 때는 눈을 감았다. 두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지고 다시 흩어지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책 제목이 비로소 이해가 됐다. 스페인을 만나면 인생이 노래가 된다는 것이 비유가 아니었다. 이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책 이야기
저자 이은진은 약 26년간 스페인 관광청 한국 대표로 재직하며 두 나라를 잇는 문화와 관광의 가교 역할을 해왔고, 그 공로로 스페인 왕비 레티시아 오르티스의 친서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 그를 바라보며 든 생각은, 이 사람은 단지 ‘스페인을 잘 아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는 스페인과 함께 살아온 사람이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저자가 스페인과 맺은 인연,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 마음의 여정을 담은 기록이다.  26년의 시간이 쌓인 기록이기에 문장 하나하나가 단단하고, 동시에 따뜻하다.
총 40여 개의 스토리로 구성된 이 책은 제1부 ‘시간의 궤적’에서 역사와 예술로 스페인 정신을 읽어내고, 제2부 ‘공간의 미학’에서 열정과 낭만이 흐르는 도시 기행을 담았다. 
스페인의 햇살과 바람, 골목의 소리와 광장의 음악, 카페의 향기와 사람들의 미소가 읽는 이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저자가 관찰자가 아니라 그 안에 오래 머문 사람이기 때문이다.
레콩키스타의 완성지 그라나다,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왕이 함께 잠든 왕실 예배당 의 이야기는 역사 교과서의 문장이 아니라, 그곳 돌바닥의 온기가 느껴지는 언어로 쓰여 있다. 말라가 협곡을 따라 걷는 ‘왕의 오솔길’ 카미니토 델 레이 를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절벽 위 바람이 느껴지는 듯했다.
지식은 정확하되 차갑지 않고, 감성은 풍부하되 가볍지 않다. 작가의 눈으로 보면 이 균형이 얼마나 어려운 미덕인지 잘 안다.
미래학당 동료로서 바라본 이은진
이은진 저자는 우리 미래학당의 소중한 멤버다.
미래학당은 각자의 분야에서 세상을 넓히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지식과 통찰을 나누는 배움의 공동체다. 그 안에서 이은진이라는 사람을 가까이서 지켜봐온 나는, 이 책이 단지 ‘스페인에 관한 책’이 아님을 잘 안다. 그것은 한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사랑한 것을 오래 품다가 마침내 세상에 내놓은 고백서다.
강연장에서 스페인 이야기를 꺼낼 때면, 그의 눈이 달라진다.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그리워하는 눈빛이다. 그 눈빛이 이 책 곳곳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공연 이후,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출판 기념회의 감동이 채 가시기 전, 미래학당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다.
파스타 향이 퍼지는 테이블 위에서 대화는 끝없이 이어졌다. 오늘 공연 이야기, 책 속에서 기억에 남은 문장들, 각자가 품고 있는 스페인에 대한 기억들. 누군가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이야기를 꺼냈고, 누군가는 세비야 골목에서 길을 잃었던 밤을 떠올렸다.
이것이 좋은 책이 가진 힘이다. 책은 이야기를 담지만, 그 이야기는 독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대화로 다시 태어난다. 오늘 저녁 우리의 테이블이 바로 그 증거였다.
이은진의 책은 스페인으로 가는 안내서가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 잊고 살았던 삶의 열정을 다시 꺼내는 초대장이다.
오늘 기타 소리가 그랬고, 플라멩코가 그랬고, 테너와 소프라노의 노래가 그랬듯.
“스페인을 만나면 인생이 노래가 된다.”
오늘 하루, 나는 그 말이 진심임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 미래학당 멤버로서, 동료 작가의 에세이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