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나서서 조언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부른다. 나이든 사람이 젊은이에게 질문을 하고는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나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설교를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경험이 중요했던 옛날 옛적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지난 산업화 시대에는 경험이 중요했다. 대량생산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틀에 박힌 프로세스를 벗어나지 말아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그 때 그 시절에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상사나 선배들의 말이 곧 신의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량생산보다는 개인 맞춤식 생산이 더 요구되는 새로운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험보다 오히려 자발적 참여가 더 중요해졌다. 이제는 요청하지 않는데 조언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라 부르는 2030세대가 지금 우리 사회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들은 지금의 5060세대와는 모든 면에서 다르다. 그들은 합리적이다. 이해하지 못하면 행동으로 옮기지도 않는다. 그들은 부모들 덕분에 안정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사회 활동을 시작했고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저성장 경제 구조 속에 살아가고 있다. 어른들이 볼 때는 아직 어려 보이지만 그들의 생존방식은 전혀 다르다. 가족과 직장에 대한 생각도 다르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다르다. 그런 그들에게 옛날 방식의 조언을 아무리 해봐야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냥 잔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조언할 것인가? 때를 기다려야 한다. 평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혹시 어려움이 닥치거나 조언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도록 귀뜸 정도로 그쳐야 한다. 진심으로 그들이 거친 세상을 잘 헤쳐가기를 기대하며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뭔가 도움을 줄 일이 없을까 궁리하고 보이지 않게 도움을 주는 방식이 훨씬 낫다. 한마디 말을 하는 것보다 참는 것이 열 배는 더 어렵지만 그래도 참고 인내해야 한다. 지금의 젊은이들이 미래에 과거와 같이 살아갈 가능성이 매우 적다. 인공지능을 필두로 4차 산업혁명의 영향 때문에 그렇고 특히 올해 불어닥친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세상은 예측 불가하다. 혹시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건 그들의 몫이다.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나서서 조언하려 들기보다 지금의 어른들이 2030세대에게 기대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모든 것을 자녀에게 걸고 살아왔던 윗세대의 어른들처럼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후대에게 짐이 되지 않을 것인지 고민하면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이가 들어도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자신의 건강을 잘 유지하는 현명한 노력이 필요하다. 수입이 많지 않아도 뭔가 가치있고 생산적인 할 일을 찾아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행복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면 할 일이 있는 그런 선배로서의 의연한 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옛날 이야기나 하면서 물어보지도 않은 질문에 장황하게 대답하는 어리석은 조언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