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의 기술

배려(配慮, consideration)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이리저리 마음을 써 주는 것을 말합니다. 배려심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습니다.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길 줄 아는 깨달음에 도달해야 배려심도 생겨납니다. 필자는 오늘의 제목을 배려의 기술이라고 정했습니다. 왜냐하면 기술은 갈고닦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어느 시대보다 지금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한 경쟁의 시대에는 뭐니 뭐니 해도 다른 사람을 이겨야 자신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합리적이고 지배적입니다. 기업은 언제나 다른 기업보다 경쟁 우위에 서지 못하면 낙오하고 도태되어 결국 경쟁력을 잃고 맙니다. 하지만 경쟁력으로만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기업도 물건이든 서비스든 소비자의 감성에 어필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세대 간의 배려는 우리가 선진 국민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고사 성어에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는 자기의 중심과 원칙은 잃지 않으면서도 남과 화목하게 지내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의 세대 격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큽니다. 하지만 다름은 틀림이 아님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배려심이 생깁니다. 예를 들면 주로 젊은 직장인들이 일하는 회사의 명함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이메일 주소와 연락처를 써놓았습니다. 나이가 조금 들었거나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돋보기를 사용해야 할 정도입니다.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사면 설명서에 쓰인 글씨도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신문이나 다른 인쇄물도 다르지 않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등 공공장소에 비치한 사용 설명서나 안내판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큰 글자 신문을 따로 만들어 판매한다고 들었습니다. 책을 만들 때에도 글씨 폰트를 키워 독자들을 배려하기도 합니다. 오래전 3대가 한 집에서 살 때는 어른은 어린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은 어른을 공경하는 태도로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왔습니다. 70년대 이후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핵가족 문화가 자리 잡더니 이제는 나 홀로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가정에서 시작해서 배려심을 몸으로 배워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성인이 되면 천하에 자신만이 최고라고 하는 유아독존의 성격이 점점 강해집니다. 한 번도 생각해 보거나 배워 본 적이 없는 배려심이 우러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그러다가 좌충우돌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야 배려심이라는 깨달음에 뒤늦게 도달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제 누가 뭐라고 해도 선진국입니다. 선진국이 되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선진 국민은 후진국이나 중진국에 비해 인간의 가치가 높아집니다. 우리 국민의 가치는 우리가 서로를 배려할 때 점점 높아집니다. 세대 간의 차이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면 함께 인간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배려의 기술을 익히면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에게 박수를 쳐주고 자신보다 부족한 사람에게는 무엇을 도와줄까 고민하게 됩니다. 배려심이 우리 공동체에 뿌리를 깊게 내리기 위해서는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겸손한 태도로 다른 사람을 섬겨야 합니다. 배려는 큰일부터 시작되지 않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부터 시작됩니다.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서 일상에서 주변을 두루 살피며 도울 일을 찾아 나서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배려의 기술을 익히고 나면 행복이 슬그머니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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