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질문은 없다

질문(質問, question)이란 알고자 하는 바를 얻기 위해 묻는 것입니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자라면서 보고 듣고 만지는 모든 것을 처음에는 신기해하며 질문을 시작합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질문을 원초적 질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좀 더 자라 학교에 가면 질문이 점차 줄어듭니다. 방과 후 학원에 가면 거의 질문하지 않습니다. 학교나 학원에서는 대부분 선생님의 강의를 받아쓰고 외워야 하는 공부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질문을 되살려야 합니다. 질문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가정에서 부모가 질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생각의 힘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은 열린 질문을 끊임없이 주고받는 것입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결코 쉽지 않지만 질문하는 방법을 터득하면 미래를 여는 문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만일 내게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1시간 주어진다면 어떤 질문을 하는 게 적합한지 판단하는 데 55분을 쓸 것이다. 적절한 질문을 찾아내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질문은 우리의 뇌를 자극합니다. 질문하지 않으면 뇌가 잠을 잡니다. 뇌과학자의 말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지극히 게으르다고 합니다. 뇌는 가능하면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기 원합니다. 그러다가 질문을 만나게 되면 깜짝 놀라며 반응을 시작합니다. 질문의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열린 질문은 뇌를 자극하고 질문에서 질문으로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단답형 질문은 막힌 질문입니다. 그런 질문은 생각의 힘을 키우지 못하고 그저 답을 찾아내는 데만 몰두합니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는 질문이 많습니다.

5년째 J중학교에서 1학년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수업 목표는 생각의 힘 키우기입니다. 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수업 목표를 잊지 않도록 연필로 노트에 수업 목표를 꼬박꼬박 적도록 합니다. 매주 주제를 정하고 질문식 수업을 시작합니다. 학기 초에는 학생들이 질문을 받으면 대답하기를 주저했습니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질문에 적응해 갑니다. 수업은 질문과 대답 그리고 검색으로 이어집니다.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필자는 답을 하는 대신 검색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혹시 필자가 잘못 대답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네이버나 구글에서 검색하는 방법도 알려줍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이 완전한 대답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알려줍니다. 결국 검색은 하되 생각을 되풀이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내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질문식 수업의 목표입니다.

유대인의 하브루타 교육 방식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에서 인상 깊은 대목은 부모는 자녀가 학교에 다녀오면 오늘은 무엇을 배웠니라고 묻지 않고 무엇을 질문했니라고 묻는답니다. 이 질문의 힘이 바로 생각의 힘이 되어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키워낸 것입니다. 우리의 교육시스템이 잘못되어 있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가정에서 부모와 학교에서 교사가 질문의 위대함을 인지하고 어릴 때부터 질문하는 아이로 키우면 얼마든지 성인이 되어서도 질문하는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교육시스템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가정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질문하는 사람으로 키워내면 됩니다. 나쁜 질문이란 없습니다. 그저 지식을 전달하겠다는 생각으로 질문을 빼앗아버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One comment

  1. 200% 공감하고 저도 전공의들에게 질문과 검색, 그리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방식을 익히도록 힘써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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