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鄭重, civility)하다는 말은 태도나 분위기가 점잖고 엄숙하다는 뜻입니다. 정중함의 반대말은 무례(無禮)함입니다. 태도나 말에 예의가 없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막말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지만 실상 속으로는 무례함과 막말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유사 이래 그 어느 때보다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고자 다른 사람을 무자비하게 짓밟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조지타운대학교 맥도너 경영대학원 크리스틴 포래스(Christine Porath) 교수는 그의 저서 <정중함을 마스트 하라(mastering civility)>에서 정중하지 않을 때 지불해야 하는 엄청난 비용을 조목조목 나열하고 있습니다. 이 책 제목의 우리말 번역은 <무례함의 비용>입니다. 잘 붙인 제목입니다.
남에게 인정받기 원하면 매너부터 챙겨야 합니다. 무례함에 시달린 사람들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의욕이 떨어지고 마음 속에 항상 품고 다니는 화로 인해 건강까지 해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기업이라는 조직 내에서의 무례함은 말로 표현하기에 부족합니다. 필자는 직장 생활을 20년 했는데 그중 5년은 국내 기업에서, 나머지 15년은 글로벌 은행이었습니다. 국내 기업이든 글로벌 기업이든 조직 내에서는 하루도 빠짐 없이 승진과 성과급을 위한 사투가 벌어집니다.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상급자의 무례함을 참아내야 하는 고통이 고스란히 숨어 있습니다. 그렇게 승진한 후에는 똑같은 무례함으로 부하 직원을 다룹니다.
필자와 같은 1인 기업가에게는 모두가 고객입니다. 가족도 지인도 모두 고객입니다. 고객은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례함으로 똘똘 뭉쳐 있습니다. 상대방의 무례함을 인내하고 정중함으로 화답하는 것이 성숙한 인격을 가진 자의 능력입니다. 무례함을 무례함으로 맞받아치는 상황에서는 협상과 실적이 나올 수 없습니다. 예의를 지키면서 할 말을 다하는 스킬을 터득해야 합니다. 정중하게 대한다고 해서 할 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품위를 지키면서도 얼마든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높은 지위를 남용해서 무례하게 다른 사람을 대했든 사람은 나중에 퇴직을 하고 나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외톨이가 됩니다.
정중하고 무례하지 않으려는 변화는 스스로 시작해야 합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자신이 무례한지 아닌지 피드백을 들어보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무례함은 뿌리가 깊습니다. 어릴적부터 몸에 철저하게 배어 버리기 때문에 여간해서 고치기 힘듭니다. 하지만 무례함을 인식하고 정중함으로 바꾸지 않으면 우리의 삶도 비즈니스도 점점 어려워집니다. 정중함은 단순히 겸손함에 머물지 않고 당당함을 동반합니다. 무례함은 교만에서 출발합니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으면 정중함이 생깁니다. 특히 무례함은 말로 시작됩니다. 그래서 입술에 파수꾼을 세워야 합니다. 말이 정중해지면 태도도 덩달아 무례함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당신은 과연 정중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