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이란 사물을 보고 분별하는 견식이다. 견식은 견문과 학식을 말한다.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고 경험을 쌓는 이유는 안목을 넓히기 위해서다. 안목은 빌릴 수 없다. 복사도 불가능하다. 한 사람의 안목은 그 사람의 일생을 통해 만들어지고 축적된다. 안목은 지식과 정보의 바다를 지나 지혜의 오묘한 곳으로 우리를 이끌어 준다. 하지만 우리는 안목을 키우는 일에 그다지 정성을 쏟지 않는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결과만 바라보고 일희일비 하면 안목은 점점 좁아진다. 안목이 넓은 사람은 겸손하다. 세상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행동하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도 촐싹대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해악을 끼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언제나 자신을 돌아보고 담금질하기 위해 바쁘기 때문이다.
K씨는 필자가 존경하는 분이다. 일찌감치 30대에 글로벌 회사의 대표를 맡을 정도로 리더십과 영업력이 탁월하고 한 때는 정치도 했던 분이다. 그를 만날 때마다 그로부터 삶의 철학을 듣고 배운다. 필자의 퍼스널 라이프 코치인 셈이다. 그의 말과 행동은 일치한다. 최근 그는 지난 40일 동안 스스로 불평하지 않기 프로젝트를 했다고 한다. 불평은 불만으로 이어지고 다른 사람을 탓하게 되며 세상을 향해 쓸데없는 독설을 쏟아내기 때문에 결국 자신에게 해가 된다. 그래서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했단다. 코로나19가 창궐해지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진 것이다. 수양이 덜 된 사람은 아주 쉽게 세상을 향해 욕하고 불평하기 마련이다. 성숙한 인품을 가진 사람은 K씨처럼 이럴 때 자신을 돌아본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평소에는 조용하다가 어려운 일이 닥쳐오거나 외부 환경이 녹녹치 않을 때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고 배설하듯 속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 내는 사람이다. 특히 정치권에서 이런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오로지 이해 관계에 얽혀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서라면 안하무인 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안목을 키울 수 있는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를 통해 역사를 공부하면서 과거의 인물들에게 자신을 대입해 보는 방법이다. 고리타분하게 무슨 옛날 사람에게 자신을 비교하느냐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역사는 냉정하게 우리의 안목을 키워주는 마법을 지니고 있다. 그렇게 안목을 넓혀야만 비로소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다.
사방을 아무리 둘러봐도 온통 갑갑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우리는 나름대로 안목을 키워갈 수 있다. 아이디어나 힘은 빌릴 수 있지만 안목은 개인이 스스로 차곡차곡 쌓아 가기 때문에 지름길이 없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보다는 우직한 끈기로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이 안목을 넓히는데 유리하다. K씨의 경우도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고 있겠지만 그로부터 배우겠다는 생각이 앞서면 약점은 보이지 않고 강점만 눈에 크게 띈다. 지식을 아무리 쌓아도 지혜의 눈이 저절로 갖춰지지 않는다. 안목은 지식과 정보 위에 지혜의 금자탑을 쌓는 일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결코 안목은 키울 수 없다. 세상이 아무리 혼란하고 복잡해도 차분하게 안목을 넓히는 슬기로운 사람이 되는 길은 분명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