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盲目的)이란 말은 주관이나 원칙이 없이 덮어놓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순응(順應)은 환경이나 변화에 적응하여 익숙해지거나 명령 따위에 적응하여 따르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맹목적인 순응은 마치 오래전 종이 상전에게 하듯 매사에 무조건 순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닙니다. 자유의지를 가지고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인간이 다른 사람의 명령을 전후좌우를 따져 보지도 않고 순종하는 것은 자신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경계해야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설마 나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부정하겠지만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사람들이 눈에 금세 띕니다. 왜냐하면 맹목적인 순응이 가장 편하기 때문입니다.
뇌과학자들과 의사들에 따르면 인간의 두뇌는 변화를 가장 싫어하고 그냥 그대로 아무 자극을 주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맹신(盲信)은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믿는 것인데 그렇게 하면 편합니다. 필자는 20년 전쯤 안산시 반월공단에서 전문 경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직원 수가 150명 정도인 중소기업이었는데 7명의 팀장과 함께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문제가 생겼을 때나 궁금해서 무엇인가 물으면 모두가 대답하기를 주저했습니다. 왜 그럴까 궁금해서 팀장들을 한 사람씩 불러 면담을 해보니 그저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할 테니 명령만 내려달라고 하는 겁니다. 꽤 오랫동안 그렇게 직장 생활을 해 온 탓에 그게 고스란히 몸에 배어서 그랬던 겁니다. 팀장들이 그런 상태이니 나머지 직원들은 물어보나 마나였습니다.
상황을 파악한 후부터 질문 대화법을 통해 팀장들을 깨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망설이고 대답을 하지 않았던 팀장들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스스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아내고 불량률을 크게 줄였습니다.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드디어 생각하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오너 또는 최고 경영자가 명령하면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따라가기만 하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해결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일을 해야 무한 경쟁의 시장에서 통할 수가 있습니다. 맹신은 두뇌의 활동을 멈추게 하고 생각의 폭이 좁아지게 하며 모든 일에 적극적인 태도를 나타내지 못하게 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리더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창직은 새로운 직업을 찾아내거나 만드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직업을 찾으려면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고 상대방과 대화하면서 최적의 결과물을 찾아내야 합니다. 편안함을 벗어나 낯섦을 즐겨야 합니다.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살지 않고 오늘과 내일 과연 무슨 일을 만나게 될 것인가 호기심을 가지면 삶이 달라집니다. 무슨 일을 만나도 왜 그럴까 하며 한 번쯤 궁금해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런 일은 나와는 무관하다고 외면하지 말고 신기술을 배우고 익혀 새로운 직업을 찾고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아무도 억지로 그렇게 하라고 강요하지 않지만 스스로 자신을 담금질하면서 맹목적인 순응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 않은 유익이 돌아옵니다. 인류는 지금까지 생각하면서 진화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