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문명의 전환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크나큰 흐름이다. 인공지능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도 결국 디지털 문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디지털 문명의 대전환을 부쩍 앞당기고 있다. 언젠가는 디지털 문명으로 가야한다며 막연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도 코로나19는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매몰차게 몰아 붙이고 있다. 스마트 뱅킹을 하고 인터넷 쇼핑을 하고 화상으로 회의와 상담을 한다. 먼 해외까지 출장을 가지 않고도 거래처와 비즈니스를 한다. 스스로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코로나19는 고작 7개월만에 인류의 생각을 크게 바꿔 놓았다. 여행과 쇼핑으로 먹고 살았던 유명 관광지는 지난 날을 그리워만 하고 있다.
어느 나라나 엇비슷 하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정치가 디지털 문명을 가로막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선출된 국회의원의 평균 연령이 55세라고 하니 짐작할 수 있다. 그들에게 디지털은 공통적으로 규제의 대상이다. 자신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문명을 곱게 봐줄 리 만무하다. 어떻게든 변화하지 않는 방향으로 피해 가려고 할 것이다.그런데 개별로 국회의원을 만나보면 디지털 문명의 선두 주자인 것처럼 생색을 내지만 막상 다음 선거를 위한 표를 의식하고 당리당략을 위해서는 일치된 모습과 행동으로 규제에 나선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뭔가 새로운 것을 들고 나오면 일단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부터 한다. 우리나라 정부 시스템이 포지티브 시스템이라서 그렇다. 포지티브 시스템은 미리 규정해 놓은 것을 제외하면 아무 것도 허용이 안 되는 후진국형 룰이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사전에 규정해 놓은 것만으로는 도약이 불가능하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지금까지 전혀 없었던 새로운 것을 찾아내어 미래 산업으로 키워가야 하는데 정치가와 공무원은 한결같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과연 대안은 없을까? 어떻게 하면 저들의 안목을 바꿔 디지털 문명의 선두 주자로 나서게 할 수 있을까? 사람이 바뀌지 않는 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을 아무리 바꿔도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바꿔놓은 시스템도 제자리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결국 우리의 경우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서 국회를 설득하고 공무원들에게 지침을 내려 미래 디지털 문명을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그런 대통령을 선출해야 가능하다. 현실적으로는 어려워 보이지만 언젠가는 가능할 것이다.
디지털 문명이 앞으로 과연 어떤 형태로 어떻게 발전해 갈지 아무도 모른다. 어떤 모습인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 새로운 길을 헤쳐 나가기는 어려워도 길을 찾아 나서려는 행동조차 하지 않으면 새 길을 내기는 불가능하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길도 마음에 안 든다고 막아버리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나라마다 명암이 갈릴 것이다. 역경을 넘어서 승승장구 할 수도 있지만 끝없이 추락할 수도 있다. 국론이 분열되고 편가르기가 심해지면 나중에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좀 더 진솔해지고 좀 더 겸손해지는 자세가 요구된다. 드높은 하늘과 드넓은 바다를 향해 훨훨 나래를 펼칠 디지털 문명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갈 수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