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 많이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게 되고 유튜브 동영상을 올리면 구독자 수나 조회 수가 무척 신경 쓰인다. 인지상정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글을 올리면 좋아요와 댓글 그리고 공유가 늘어가는 재미에 푹 빠지기도 한다. 책을 출판하면 독자가 생기고 북리뷰가 올라오면 반갑기 그지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동기유발이 되어 더욱 신이 나서 글도 열심히 쓰고 유튜브 방송도 지치지 않고 하게 된다. 문제는 진심과 지속성 여부에 달렸다. 이런 것들을 초월해서 겸손하고 진심을 담아 글을 쓰고 동영상을 찍지만 친구들이나 팬들은 언제나 유동적이다. 거품은 반드시 언젠가는 꺼지게 되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거품이 빠져도 문제가 없을까?
진성 팬을 확보해야 한다. 팬은 친구와 다르다. 친구는 상호작용이 요구되지만 팬은 일방적이다. 팬은 친구에 비하면 느슨한 관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낯선사람 효과에서 알 수 있듯이 팬이 늘어나면 친구보다 유익이 더 크다. 정성을 다하는 진성 팬을 확보하고 유지하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성을 따지지 않고 팬을 위한 헌신적인 노력이 따라야 팬들에게 어필 할 수 있다. 팬도 어느날 바람과 함께 사라질 수 있다는 조바심 때문에 더욱 겸손하게 준비하고 신경을 써야 한다. 눈에 띄는 얄팍한 기교에 의존하지 않고 진심을 담아 꾸준히 콘텐츠를 가꿀 때 팬들이 열광한다. 이런 현상은 정치의 계절이 오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평소에는 아는체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나타나 큰 절이라도 하면 당황하게 된다.
유권자들은 그들의 속마음을 꿰뚫어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팬도 마찬가지다. 온갖 인연으로 맺어진 끈끈한 관계가 아닌 팬들은 삼자의 입장에서 냉철하게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다. 팬을 속이려 들면 실패한다. 달콤한 사탕발림은 오래가지 못한다. 끈끈한 관계는 상처를 주고 받기 쉽다. 반면에 느슨한 관계는 서로의 밝은 면만 바라보고 긍정의 에너지를 교환한다. 결국은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고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상대방을 이용하려 들면 언젠가 들통이 나게 되어 있다. 받고서야 주는 소극적인 생각을 벗어나 아낌 없이 주고 또 주려는 기버(giver)는 자신이 번아웃 되지 않도록 컨트롤 하기만 하면 상처 받을 일이 도무지 없다. 팬들에게 감성적으로 다가 가되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불가근불가원 이라는 말이 있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두면서도 서로 교감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최고의 관계 유지 방법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생물과 같아서 일정하지 않고 수시로 변한다. 노심초사 신경을 쓰지 않으면 관계는 나빠지기 십상이다. 무조건 잘 해주는 것 만으로는 좋은 관계가 이어지지 않는다. 주고 받지만 서로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가 필요하다. 맥주는 거품이 어느 정도 있어야 좋은 맛을 낸다고 한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맥주를 잔에 따를 때 일부러 거품을 많이 내고는 칼로 쓱 거품을 걷어내는 장면을 본다. 우리 삶에도 거품이 필요하지만 언젠가는 거품이 사라질 날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진성 팬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바른 관계를 위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