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결정은 없다. 더딘 결정은 시행착오를 줄여주긴 하지만 타이밍을 놓치고 실패의 경험을 축적하는데 적합하지 못하다. 지금은 타이밍은 아주 중요한 시대이다. 반면에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결정을 하는 편이 유리하다. 혹시 그 결정이 잘못 되어도 다시 기회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가이며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와 <어디서 살 것인가>의 저자 홍익대 유현준 교수는 길이 열리는 대로 가라, 계획대로 되는 길은 없다고 말한다. 아무리 완벽하게 계획을 해도 세상 일이 계획대로 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길이 열리는 대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 낫다. 가다가 길이 막히면 돌아가면 된다. 두려움에 사로 잡혀 걸음을 제대로 내딛지 못하는 것보다 용감하게 미래를 바라보고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팬더믹이 세상을 온통 뒤집어 놓았다. 모두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 할 말을 잊고 있다. 그저 하루를 살아가면서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었는데 이게 그렇게 녹녹치 않다. 몇 개월만 참으면 다시 원상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기대하고 있었는데 최근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면서 모두가 움츠리고 있다. 도대체 이런 악몽이 언제 끝날 것인지 어느 누구도 알 수가 없다. 무슨 일을 시작하기도 힘들고 해오던 대로 이어가기도 만만치 않다. 바로 이럴 때 우리 모두가 취해야 할 태도는 완벽을 추구하지 말고 그 때 그 시점에 최선을 다해 일단 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면 궤도 수정을 하면서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게 말은 쉬워 보이지만 실상 어렵다. 조금 더 생각하고 기다렸다가 결정하기를 모두가 원한다. 결정은 선택이다. 선택도 많이 해 본 사람이 더 잘 한다. 선택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주저하다가 의사결정이 결국 늦어진다. 2004년 즈음 필자는 안산시 반월공단에 있는 휴대폰 제조회사에서 수년 간 전문경영을 했다. 형제들이 모여 시작한 회사였는데 매주 임원 회의를 주관하면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처음에는 꽤 당황했지만 나중에 원인을 알고 보니 의사 결정 결핍이었다. 잘 모르니까 결정을 못하고 결정을 못하니까 매사 자신감이 없어지는 흔히 있는 경우다. 지속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자주 결정에 참여하도록 시간을 두고 유도했더니 나중에는 빠른 의사 결정자가 되었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뜻대로 계획대로 된다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다.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하면 선뜻 결정하기 어렵겠지만 한번 두번 결정을 습관화 하면 나중에는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결정할 때마다 자신감을 갖게 되고 결정에 실패한 만큼 풍부한 경험도 쌓게 된다. 어차피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아무리 완벽을 추구해도 거기가 거기다. 최선을 다하려는 자세 만으로도 충분하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열려 있는 태도가 실력을 키운다. 결정하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사이에 다른 사람이 치고 앞서가면 언제나 뒤쳐지고 말 것이다. 느린 결정보다 빠르지만 틀린 결정이 나은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