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면 현관문 앞에 박스가 수북이 쌓인다. 주말이 되면 분리수거를 위해 빈 박스를 정리하느라 바쁘다. 수년 전에 필자가 처음 C회사 배송을 선택한 이유는 마트나 다이소 등에서 구하기 힘든 강의용 물품을 스마트폰으로 C회사에서 쉽고 빠르게 구매할 수 있어서였다. 그러다가 지난해부터 아내가 웬만한 생필품을 모두 C회사에 주문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동네 마트에서 구입하기 힘든 생필품을 주로 주문했는데 이제는 대놓고 식료품까지 배달을 요청한다. 저녁에 주문하면 이른 아침에 벌써 현관문 앞에 배송되어 있다. 정말 배달의 민족이다. 배달하는 기사가 누군지 알 필요도 없다. 눈비가 내려도 상관없고 낑낑대며 마트에서 물건을 들고 올 일도 없어졌다.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도 단단히 한몫을 했다. 소비자가 변했다.
공급자가 물건을 만들어 놓기만 하면 소비자가 그 중에서 골라 구매하는 과거의 방식이 이젠 옛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특히 물건을 구입할 때 후기를 보고 선택하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이것 저것 비교해보고 손가락으로 클릭 한번 하면 끝이다. 요즘 MZ세대는 친절하게 후기를 꼭 남긴다. 공급자가 요청해서 그러는게 아니다. 그냥 생활 습관이다. 그들은 그 후기가 다른 사람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당연히 자신의 선택을 위해서도 다른 사람의 후기를 적극 참고한다. 팬더믹(pandemic)의 영향으로 비대면(Uncontact) 방식의 쇼핑이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있다. 그러니 동네 소상공인들의 가게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소비자가 변하면 직업도 요동친다. 인공지능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은 수많은 직업을 사라지게 하고 동시에 생겨나게 한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런 현상이 가속화 하는데 불난 데 부채질 하는 식이다. 원래 소비자는 종잡기 어려울 정도로 수시로 변심하는 존재다. 그래서 공급자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 잡기 위해 불철주야 연구하고 노력하며 주의를 끌기 위해 광고를 하고 홍보에 온 힘을 쏟는다. 이제는 그런 광고와 홍보도 소비자의 후기에 두 손을 들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직접 구매하고 사용해 본 경험을 소비자가 다른 소비자에게 공유하는 방식을 막을 길이 없다. 소비자가 만족하며 최종 선택하도록 끊임없이 온디맨드(on-demand) 방식으로 새로운 물건과 서비스를 개발해서 내놓아야 한다.
소상공인이 점점 어려워지는 반면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기업은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 점차 확장해 나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통하면 다른 나라에서도 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부유해지고 선진국이 되어야 일을 조금 적게 하고도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 무조건 열심히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열심히 하기보다 잘 해야 한다. 잘한다는 의미는 소비자의 마음을 잘 읽어 내고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물건과 서비스를 찾아내야 한다. 아내는 특히 가족의 건강을 위해 평생 수퍼나 마트에 직접 가서 식료품을 꼼꼼이 골랐다. 그런데 이제 식료품도 스마트폰으로 주문한다. 왜냐하면 C사의 식료품이 마트보다 더 다양하고 신선하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