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거울이다

거울은 빛의 반사를 이용하여 물체의 모양을 비추어 보는 물건입니다. 내시경은 이런 거울의 원리를 응용하여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독서는 내시경처럼 우리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내면을 보면서 우리의 인격이 성장하고 성숙합니다. 신체에 이상이 있으면 우리는 곧장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꽤 오래전 필자가 직장을 다닐 때의 일입니다. 과천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한밤중에 복통으로 여러번 사당동에 있는 병원으로 119 응급차를 불러 타고 실려갔습니다. 짧은 시일에 체중이 갑자기 8키로그램이나 줄었지만 의사는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고통 중에 지내다가 나중에야 담낭(膽囊)에 붙어 있는 담도(膽道)에 조그만 돌이 생겨 쓸개즙을 원활하게 내보내지 못했음을 알게 되어 결국 엑스레이로 빼냈습니다.

몸에 이상이 생기면 병원에 가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내시경, 엑스레이, CT, MRI를 총동원해서 샅샅이 훑어 봅니다. 그런데 우리의 정신 건강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자신의 삶과 다른 다양한 삶을 거울처럼 비춰볼 수 있습니다. 인격의 성장과 성숙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해진 목표도 없고 누구의 강요도 없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욕망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끊임없는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담금질 합니다. 자신의 욕구만을 채우려는 사람에게는 독서가 오히려 독이 됩니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독서는 사람을 겸손하게 하고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퍼뜨립니다.

막연하게 독서를 하면 좋다는 정도가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우리는 독서를 하면서 발전합니다. 독서를 통해 지식이 많음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습니다. 인격이 성숙하지 못한 경우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교만함이 말과 태도에서 묻어납니다. 자신이 축적한 지식으로 남을 밟고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에 혈안이 되어 있음을 금새 눈치채게 됩니다. 우리는 하루 종일 거울을 보지 않습니다. 가끔 혹시에 자신의 외모에 결례를 할만한 게 없을까 살펴보는 정도입니다.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속적으로 자신의 인격 성숙을 위한 목적으로 독서를 하지는 않습니다. 순수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독서하는 과정에서 물이 습자지(習字紙)에 스며 들듯 조용히 자리 잡습니다.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입니다. 동서고금을 통해 우리는 많이 읽고 많이 쓴 사람들의 히스토리를 꿰뚫어 알게 됩니다. 얄팍한 상업적인 목적이 아닌 심오한 독서의 세계에 빠진 사람들의 영향력은 시대를 관통하며 우리에게 교훈을 줍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면 우리의 인격도 성장하고 성숙합니다. 어설픈 독서광이나 저자들이 세상을 아무리 휘젖고 어지럽혀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것은 깊게 박힌 뿌리 덕분입니다. 남탓이나 하고 있으면 여전히 세파에 이리저리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일찍이 노자는 다른 사람을 아는 것은 지혜이고 자신을 아는 것은 깨달음이라고 했습니다. 독서는 우리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어디까지 비출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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