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는 필자가 오래 전 직장다닐 때의 상사였습니다. 글로벌 기업에서 마케팅과 파이낸싱 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후에 CEO가 되었습니다. 그의 주특기는 아무리 복잡한 사안일지라도 단순화 하는 기술을 갖고 있었습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을 잘게 쪼갠 다음 우선순위를 구분하고 다시 정리하면 필요없는 군더더기는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가고 핵심 내용만 남게 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는 과감한 의사결정을 하는 식이었습니다. 단순화(單純化, simplification)는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게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단순화는 기술입니다. 기술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화를 하기 위해 꽤 오랫동안 이 기술을 갈고 닦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화 기술은 높은 지능지수나 순발력과는 다릅니다.
대화를 할 때나 강의를 할 때도 어떤 사람은 쉬운 내용을 어렵게 설명합니다. 반대로 아무리 복잡한 내용이라도 아주 쉽게 풀어서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렵게 말하는 사람은 대부분 자신도 잘 몰라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충분히 내용을 파악하고나면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핵심을 찔러서 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장황하게 설명을 하느라 무슨 말을 하는지 도대체 알 수 없게 만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단순화의 기술을 익힐 수 있을까요?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먼저 적절한 질문을 통해 팩트 체크를 해야 합니다. 설령 전문가라고 해도 처음부터 모든 내용을 모두 알지는 못합니다. 적절한 질문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다음으로 계속 호기심을 가지고 파고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대화나 강의를 통해 서로 배웁니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호기심을 보여주면 상대방도 신이 나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많은 정보가 때로는 단순화를 방해합니다.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를 구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가짜 정보를 추려내면 어떤 내용이라도 핵심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지금은 너무나 많은 정보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는 시대입니다. 가짜만 잘 가려내어도 단순화 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단순화를 위해서 핵심 키워드를 메모하는 습관은 아주 유용합니다. 아무리 많은 내용을 들어도 그것을 모두 기억할 필요나 이유가 없습니다. 단어 한두 가지 로도 얼마든지 단순화 기술을 터득할 수 있습니다.
종종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럴 때 되묻는 습관은 단순화를 위해 좋은 전략입니다. 대충 아는데 그치지 않고 확실히 알 때까지 되묻다보면 핵심 키워드만 남게 됩니다. 단순화를 위해서는 먼저 결론부터 파악하는 방법이 좋습니다. 상대에게 말을 할 때에도 결론부터 말하면 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너무 자세한 설명을 하느라 장황하게 말하면 오히려 상대에게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단순화는 여러가지 혜택을 가져다 줍니다. 시간을 절약하고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줄입니다. 동시에 상대에게 신뢰감을 주게 됩니다. 짧지만 간결한 말이나 글로 원하는 내용을 충분하게 전달하게 됩니다. 단순화는 확실한 차별화를 위한 기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