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흐릅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역사는 흘러갑니다. 역사에는 실제 역사가 있고 쓰인 역사가 있다고 합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도 합니다. 기록하지 않은 역사는 마침내 사라집니다. 지난날 유라시아 대륙에 살았던 유목민들은 기록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아니 기록을 남길 능력과 여유가 없었다고 해야 맞겠지요. 그들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이동하고 살았지만 후손들을 위해 기록은 남기지 못했던 겁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남아있는 유라시아 유목민들의 역사는 모두 그들에게 약탈 당한 남방 민족들을 위해서 쓰인 기록이라고 전해집니다. 그러니 제대로 된 기록은 어차피 아닌 겁니다. 이렇듯 역사는 기록의 힘에 따라 달라집니다.
지금 21세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이만한 과학 기술의 발전과 문명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은 우리 인류 조상들의 기록의 힘에 의해서입니다. 독서는 기록한 것을 읽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독서 할 수 없습니다. 필자는 매주 월요일 저녁 유라시아 유목과 몽골제국이라는 주제의 안계환 작가의 줌(zoom)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안 작가는 그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을 모두 가보지 못했지만 독서를 통해 이렇게 깊이 있는 강의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총 12강으로 준비된 이번 강의를 통해서 그동안 필자가 어렴풋이 알았던 유라시아에 그 때 그 시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들의 직접 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 모든 기록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북방 유목민들에게 약탈과 침략을 당했던 남방의 역사가들이 기록을 남겼기 때문에 오늘 우리가 그들의 행적을 알게 된 것입니다.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흘러갈 것입니다. 유라시아 유목민들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지만 그들의 전성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기록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록의 힘은 실로 이렇게 역사를 바꿔놓습니다. 시대를 관통하는 기록의 힘은 정말 강력합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편리한 스마트폰을 활용하면서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기록의 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고 그 기록한 내용을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면 우리의 삶이 좀 더 보람 있고 유익하게 될 것입니다. 기록의 힘은 독서의 힘과 직접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독서의 힘은 안 작가처럼 비록 현장에 가보지 못해도 그곳에 과연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누가 무슨 행적을 남겼는지를 샅샅이 살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이런 면에서 인류는 기록을 남긴 조상들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우리도 후손들을 위해 기록을 남기는데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그 기록이 왜곡되거나 가공되지 않고 가능하다면 사실에 입각한 그런 기록이 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