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성격이 잘못은 아니다. 매사 치밀한 계획을 세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드물다. 생각없이 덜컥 실행 했다가 혹시 잘못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의외로 많다. 매뉴얼을 따라 차분하게 절차를 밟아 무슨 일이든 해 내는 사람을 기업에서는 좋아한다. 그래야 그 사람이 언제든 그 자리를 떠나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을 존속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원래 성격이 차분한 것 까지는 괜찮지만 무슨 일을 하든 결정을 하지 못해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면 문제가 된다. 지금은 빠른 실행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다. 설령 선택과 결정이 잘못되었더라도 신속하게 다시 시도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 어차피 완벽한 것은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완벽주의를 버리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K작가와 필자는 서로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하는 일도 제각각이다. 그런데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의 추진이 빠르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시작된 코로나19의 여파로 그동안 전국을 다니며 강연을 해 왔던 우리는 올해 이른 봄 어느날 우연히 대화를 하는 중에 우리 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강사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어떻게 하면 그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화상회의 서비스인 줌(zoom)을 통해 전국강사화상회의를 개최하게 되었다. 두 사람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서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 채널을 전부 가동해서 홍보했는데 많은 분들이 참가했다.
1차 회의를 마치면서 2주일 후에 2차 회의를 하기로 했고 C화백과 K교사가 합류해서 줌유격대를 결성했다. 두 차례에 걸친 전국강사화상회의를 통해 많은 강사들에게 줌(zoom)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다시 2주일 후에 첫 줌 원데이캠프를 성공적으로 열었는데 멀리 서귀포와 전국 각지에서 강사들이 구름처럼 몰려 들었다. 줌 원데이캠프는 한 달 뒤에 또 열렸고 세번째 줌 원데이캠프는 장애인들을 위주로 개최했다. 동시에 줌 유격대는 아침마다 줌 미팅을 하면서 줌과 웹엑스(Webex) 기능 뿐 아니라 강의 기법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출판사와 계약을 한 후 이번에 <줌을 알려줌> 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하고 줌으로 출간기념회를 갖게 되었다.
지금도 네번째 줌 원데이캠프와 부산 줌 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이 모두가 지난 4개월 동안 일어났던 일이다. 우리는 매일 아침 줌미팅을 하면서 캠프와 책 출간을 위해 필요한 일을 의논한 후 단톡방에 불이 붙듯 경쟁적으로 서로의 의견을 내고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을 거듭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실행력이 뛰어났다. 이런 실행력은 결코 하루 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 평소 무슨 일이든 생각하고 메모하고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이 몸에 밴 것이다. 뇌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선택과 결정을 뒤로 미루면 인간의 뇌는 좋아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뇌가 편히 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처럼 실행력을 앞세우면 뇌가 수시로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점점 발달하게 된다. 빠른 실행이 경쟁력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