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바야흐로 휴먼 네트워킹의 시대다. 물론 과거에도 그랬지만 점점 더 무엇을 아느냐보다 누구를 아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누구를 안다는 말은 지연 학연 등을 이야기 하는게 아니다. 그런 구태의연한 관계를 떠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결정적인 터닝포인트를 만나는데 있어서 누군가의 존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인적 자원이 된다. 그런데 지식과 정보의 시대가 되면서 오히려 이런 인간 관계를 젖혀두고 자신의 성공을 위해 다리가 되어 줄 그런 사람만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특히 힘 있어보이는 정치가에게 자신을 연결해 주기를 바라면서 기웃거리는 스타일이 우리 주변에 꽤 많다. 자신은 아니라고 부정 하겠지만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척보면 누구나 쉽게 알아챈다.
당연하게도 비즈니스 만으로 폭넓은 인간 관계를 맺을 수는 없다. 트레이드 오프(trade-off) 형식이나 기브앤테이크 방식도 한계가 있다. 자신을 전혀 돌보지 않고 남들에게 일방적으로 퍼주는 식의 오지라퍼도 오래가지 못한다. 진심을 담아 적당한 거리를 두고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며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가 바람직한 관계다.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쉽게 잊혀지고 너무 가까이 붙어 있으면 서로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무조건 믿고 맡기는 묻지마 식의 인간 관계는 조심해야 한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은 듯 하면서도 은근히 도움을 주는 그런 사람이 어디를 가나 환영 받는다. 따지고 보면 세상 모든 일이 모두 사람을 통해 이루어진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사람이 개입되지 않는 일은 없다.
인적 네트워크도 파도타기를 한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도와주었는데 아주 유익한 사람을 소개받는 경우가 그렇다. 필자의 경우에도 20년 직장 생활을 마치고 40대 후반에 이모작 세상에 첫걸음을 시작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만났던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소중한 인적 네트워크였다. 이런 관계는 돈으로 살 수도 없고 세월이 흐른다고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정성스럽게 한사람씩 진심을 담아 상대하는 과정에서 차곡차곡 축적된 것이다. 더러 중복이 있긴 하지만 필자의 스마트폰 연락처에 들어 있는 3,000여명의 사람들과 모바일명함 앱 리멤버에 들어 있는 2,000여명 도합 5,000여명이 필자의 네트워크다. 여기에다 전화번호를 알지 못하는 페이스북을 포함한 SNS 친구를 통틀어 3,000명 정도를 모두 합하면 대략 10,000여명의 네트워크가 손 안에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누구를 누구에게 소개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그리고 누구와 누구는 연결하면 곤란한지를. 자연스럽게 어느듯 필자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브릿지 역할을 하고 있다. 당연히 무엇을 바라고 그들을 연결하지 않는다. 서로의 필요에 따라 연결한 후 필자는 빠져나온다. 사람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우선순위도 다르기 때문에 소개한 후 어떤 관계를 이어가는지는 필자가 알바 아니다. 오롯이 그들의 몫이다. 인간 관계는 정말 심오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 간의 관계는 생물처럼 쉬지 않고 흐른다. 정지되어 썩지 않고 흐르는 사람과의 관계를 금맥 찾듯이 찾아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누구를 아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