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시선으로 세상을 보라

낯설다(unfamiliar)는 말은 전에 본 기억이 없어 익숙하지 아니하거나 사물이 눈에 익지 아니한 것을 말합니다. 익숙하다는 말의 의미는 어떤 일을 여러 번 하여 서투르지 않은 상태에 있거나 어떤 상대를 자주 보거나 겪어서 처음 대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상태를 말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낯설지 않고 익숙한 사물이나 사람을 좋아합니다. 물이 언제나 지구 중력의 힘으로 인해 낮은 곳으로 흐르듯 익숙하면 우선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익숙하면 변화에 깨어 있지 못하고 뒤처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스스로 낯선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낯설지만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 가운데 차츰 낯선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특징은 익숙하지 않은 곳을 찾아 낯섦을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새로운 세상을 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새로운 기회가 생깁니다. 여행을 통해 전혀 익숙하지 않은 지형과 기후와 문화를 만나게 됩니다. 언어도 다르고 생각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시야가 넓어지고 세상을 보는 눈이 점점 커집니다. 큰 일을 이룬 정치가들이나 작가들은 우물 안에 갇혀 살지 않고 넓은 세상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들의 행보는 나중에 그들을 위대한 정치가와 작가로 이끌었습니다. 1934년 중국의 마오쩌둥은 9만 명의 홍군을 이끌고 368일 동안 9,600km를 걷는 대장정을 마치고 중국 통일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완주한 홍군이 겨우 1만 명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목숨을 건 험난한 여행이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 대장정을 통해 민심을 얻고 결국 중국을 통일합니다.

독일의 작가이며 철학자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그의 천재성을 일깨우고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킵니다. 그는 자신의 이탈리아 여행의 의도를 육체적 도덕적 폐해를 치유하고 참된 예술에 대한 뜨거운 갈증을 진정시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혹시 익숙한 것에 도취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점검해 봐야 합니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없다면 벌써 익숙한 것에 안주하고 있다고 보면 확실합니다. 필자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를 꺼려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나이 들면서 그저 익숙한 친구들과 자주 만나는 것으로 만족하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변해갑니다. 이런 변화는 그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고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삶은 그 자체가 낯섦의 연속입니다. 낯선 곳에서 태어나서 세상을 알아가고 낯선 사람과 만나 결혼하고 낯선 자식이 태어나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곳으로 결국 돌아갑니다. 아무리 애써 낯섦을 외면해도 우리의 삶에서 낯섦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관점을 바꿔서 차라리 낯섦과 친숙해지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필자는 2018년부터 낯선 사람 만나기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지금은 시즌 7으로 격주 토요일 낮에 합정역 그릭조이에서 그리스와 지중해 문명 여행에 관한 강의를 듣고 낯선 그리스 음식을 즐기며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합니다. 필자는 이렇게 낯섦이 이제 익숙해졌습니다. 시즌 7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다시 시즌 8로 변화를 모색해야겠죠. 아무도 강요하지 않지만 스스로 낯선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낯선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게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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