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思索)이란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지는 것을 말합니다. 독서는 사색을 위한 방편이며 과정입니다. 조금 더 심하게 말하면 사색이 없는 독서는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뜻입니다. 현대인이 독서를 하지 않는다고 여기저기 한탄하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독서를 합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여행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도서관이나 집에서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글을 쓰는 작가도 늘었습니다. 작가에게는 독서가 일상이며 생존의 수단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무심코 독서를 시작했는데 점점 독서 삼매경에 빠져들면서 많은 책을 읽으려는 욕심이 서서히 생겨납니다. 독서가 독서를 부르는 현상입니다.
물론 가능하다면 독서량이 많으면 좋습니다. 다양한 독서를 하는 것이 삶의 균형감각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독서가 사색을 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지 독서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독서를 많이 하고도 사색하지 않으면 마치 머리통은 크고 몸집은 왜소한 사람처럼 됩니다. 필자는 50대가 되고서야 느지막하게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무턱대고 독서를 했지만 여기저기 칼럼을 쓰기 시작하면서 사색을 하게 되었습니다. 독서도 기술이지만 사색은 독서보다 한 수 높은 기술에 해당합니다. 우연은 없습니다. 꾸준히 독서를 거듭하다가 사색의 단계로 접어들면 독서량은 줄어들면서 사색의 시간은 점점 늘게 됩니다.
사색하는 독서가의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독일의 고전주의 성향 작가이자 철학자이며 극작가이며 시인이며 과학자였던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입니다. 필자는 최근 그의 책을 시리즈로 독서하면서 그가 얼마나 깊은 사색가였는지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괴테가 직접 쓴 파우스트 등 여러 작품을 통해서도 그의 사색을 엿볼 수 있지만 괴테와의 대화 1,2를 쓴 요한 페터 에커만(Johann Peter Eckermann)의 기록을 보면 괴테는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사색하며 살았습니다. 그에게 사색의 절정은 60년 동안 쓴 파우스트 제1부와 제2부를 말년에 완성한 데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의 사색을 향한 열정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사색이 없는 독서는 죽은 독서입니다. 사색의 목적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살리는 숭고한 것입니다. 자신의 욕심만 채우기 위한 사색은 스탈린이나 히틀러처럼 인류에게 지대한 악영향을 끼칩니다. 독서하면서 단 한 줄을 읽고도 사색이라는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먼저 자신의 인격이 완성됩니다. 어린 학생들의 독서를 지도하면서도 필자는 사색하기를 빠뜨리지 않고 언급합니다. 서울시 50플러스 1인창직 과정에서도 매주 독후에세이를 쓰라고 하는데 책을 모두 읽지 않고도 사색하면서 독후에세이를 쓸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정작 중요한 것은 저자의 생각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독서를 결국 사색으로 꽃을 피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