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가장 눈부신 발명품 중 하나는 언어이며 활자입니다. 21세기 하늘 아래 지구상에는 75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지만 독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국가와 민족이 꽤 많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에게는 한글이 있고 하루도 쉬지 않고 수많은 저자들이 책을 쓰고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오래전 중국 진시황은 사상통제 정책의 일환으로 농서 등을 제외한 각종 서적들을 불태우고 수백 명을 생매장한 소위 분서갱유(焚書坑儒) 사건이 있었지만 그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서적을 숨겼습니다. 유럽에서도 삼십 년 전쟁을 비롯한 수많은 전쟁이 일어났지만 여전히 책을 포함한 각종 문서를 남겨놓아 지금 우리가 그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상히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조상들이 살았던 조선시대에는 왕을 중심으로 일어난 모든 일을 상세히 기록한 조선왕조실록도 있습니다.
지금도 저개발 국가에서는 지도자들이 우민정책을 펴서 국민들이 독서를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습니다. 국민이 똑똑해지고 깨어나면 자신들이 위치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는 1517년에 목숨을 걸고 종교개혁을 일으켰습니다. 1920년 교황 레오 10세로부터 모든 주장을 철회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루터의 주장이 인쇄되어 유럽 전역으로 순식간에 퍼지면서 목숨을 부지하고 종교개혁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일제 치하에서 하마터면 우리의 언어를 잃을 뻔했지만 다행스럽게 독립을 하고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우리 주위를 맴돌며 우리를 위협하지만 오히려 이런 기회에 더 많은 저자들이 열심히 책을 출판하고 있다는 기쁜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독자로서 우리가 할 일은 부지런히 독서하고 가능하면 저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책을 구매해야 합니다.
나아가 단순히 독자로서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내고 부지런히 글을 써서 독서 세상을 더 넓혀가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지난 2021년 8월 28일부터 격주 토요일 저녁에 프리미엄 강연 프로그램 줌바세를 줌유격대가 시작했습니다. 줌바세는 줌으로 바꾸는 세상이라는 뜻입니다. 벌써 3회 줌바세를 마쳤는데 매번 많은 분들이 참가해 주셨습니다. 줌바세에서는 자신의 저서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저자의 의도를 살려 강연을 듣고 질의응답을 한 후 추첨을 통해 저자의 책이나 커피 쿠폰을 선물로 보냅니다. 유명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과 달리 작은 힘을 모아 명품 강연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려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해서 모이지 못하지만 오히려 줌(zoom)이라는 화상회의 도구를 통해 전국 또는 전 세계 어디서나 참가할 수 있으니 전화위복은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남미 국가들이나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주변 국가들을 보면 뿌리 깊은 양극화와 착취적 정치 및 경제 체제로 인해 도무지 문맹을 깨뜨리지 못하고 있으니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에게도 과제는 있습니다. 비록 경제적으로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하지만 국민의 의식 수준은 아직 중진국에 머물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별 독서량은 OECD 국가 중에서도 하위권에 속합니다. 글자조차 읽고 쓸 줄 모르는 문맹국은 아니지만 그 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문해력 수준은 여전히 바닥을 깁니다. 정부나 사회를 탓할 게 전혀 못됩니다. 모든 인프라는 이미 구축되어 있습니다. 개인이 자발적으로 독서에 매진하고 글쓰기에 힘을 길러야 합니다. 저자들의 출판을 열성적으로 지지하고 열심히 그들의 책을 구입해야 합니다. 아직 건강하게 독서할 수 있을 때 독서를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