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바야흐로 접속(接續, access)의 시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접속이란 소유(所有, possession)에 대비되는 단어입니다. 접속은 서로 맞대어 잇는 것인데 흔히 컴퓨터 용어로 많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2,400년 전에 벌써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름지기 사물의 진가는 소유할 때보다는 사용할 때 발휘되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과거에는 무엇이든 소유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모두가 사로잡혀 살았습니다. 그 여파가 지금도 여전히 전해 내려와 요즘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장래 희망을 물었더니 건물주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냥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진지하게 말합니다. 하지만 소유에 대한 개념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비록 최근 아파트 가격의 폭등으로 뭐니뭐니 해도 소유하고 있어야 이런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들 합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과거에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시장의 주역이었지만 지금은 공급자와 사용자가 주역이 되었습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면 구매자가 누구든 상관하지 않고 팔기만 했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지금은 공급자가 어떤 명분이든 앞세워서 사용자와의 유대 관계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대부분의 유명 브랜드는 회원제를 도입해서 사용자와의 연결고리를 만듭니다. 멤버십을 만들어 혜택을 주고 새로운 물건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합니다. MZ세대를 위시한 신세대는 이런 접속의 시대에 이미 충분히 젖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50대 이상 세대에게는 이런 과정이 그저 귀찮기만 합니다. 커피를 한잔 마셔도 결제를 하기 전에 멤버십 적립을 할 것인가를 먼저 묻습니다. 신세대는 당연히 스마트폰에서 해당 멤버십 QR코드를 찾아내어 보여줍니다.
접속은 마일리지 적립만 하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새로운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멤버가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적시에 주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게 꾸준히 공급자와 사용자가 접속을 하면 관계가 지속됩니다. 얼마 전 공유 경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공유 경제는 꾸준히 늘어날 것입니다. 공유 경제와 함께 이런 접속의 경제는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을 것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면서 소유하는 사람에게 불이익이 생깁니다. 쉬운 예로 자동차를 들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구매하고 소유하면 감가 상각을 해야 하고 보험도 들어야 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 고장이 나기 시작하면 수리도 직접 해야 합니다. 하지만 리스나 렌탈을 하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자동차가 낡으면 다시 새 차로 교체해 줍니다.
소유에서 접속으로 시장의 기능이 달라지면서 사용자의 의식 수준도 급격하게 달라졌습니다. 자동차뿐 아니라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조차 구매하지 않고 빌려 쓰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필자의 손자는 장난감을 렌탈 했습니다. 예전에 유목민들은 기후 변화에 따른 생존을 위해 남방으로 침략을 수시로 했지만 그들은 소유하거나 쓸어버리지 않고 조공을 바치는 속국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한곳에 정착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유목민들이 떠돌아다니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본능적으로 소유보다 접속을 선호했던 것입니다. 소유하면 이동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소유물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나누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그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발견하고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면 소유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은 소유의 시대가 아니라 접속의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