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소유의 종말

출판사 서평

더 이상 ‘소유’는 필요하지 않다. 물건은 빌려 쓰고 인간의 체험까지 돈을 주고 사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가 시작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혁신의 시대, 우리는 경험과 시간에 돈을 지불한다.

접속은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권리다. 접속의 반대는 소유다. 사람들은 소유를 부담스러워한다. 산업 시대는 소유의 시대였다. 기업은 많은 상품을 팔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소비자는 많은 상품을 시장에서 구입하고 소유하여 자기 존재 영역을 확대했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와 혁신이 이루어지는 시대에 소유에 집착하는 것은 불리하다. 기업들은 공장을 소유하지 않고 브랜드만 가지고 운영되는 나이키 같은 회사가 되고 싶어 한다. 포드는 이제 자동차를 팔려고 하지 않고 고객에게 임대하여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고객은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자동차를 임대하여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차를 갈아 치운다.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고객의 관심, 고객의 시간을 많이 확보하느냐가 생존의 관건이 된다. 예전에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지상 과제였지만 이제 기업은 고객의 시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이제 기업은 물건을 팔지 않고 그냥 준다. 이렇게 일단 고객과 관계를 맺은 다음에는 서비스나 다른 영역의 접속에 대한 권리를 팔면서 고객의 시간을 장악해 나간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서비스화함으로써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든다. 때가 되면 알아서 에어컨을 교체해 주고 카펫을 바꿔 깔아 준다. 더 많은 제품을 팔려고 아등바등하는 것보다 설치한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관리하는 쪽으로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세상만사가 서비스화된다는 것은 자본주의가 상품을 교환하는 데 바탕을 둔 체제에서 경험 영역에 접속하는 데 바탕을 둔 체제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에어컨 자체를 사지 않고 에어컨 서비스를 받기로 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에어컨을 통해 얻는 경험에 대해서 돈을 지불한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자본주의에서는 물질의 차원보다는 시간의 차원이 훨씬 중요하다. 장소와 물건을 상품화하고 그것을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는 서로의 시간과 식견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필요한 것을 빌린다. 그리고 그것을 매개하는 것은 돈이다.

타인의 시간, 타인의 배려와 애정, 타인의 공감과 관심을 돈으로 사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오락과 놀이를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예의범절과 호의마저도 사들인다. 우리가 누리는 시간은 정확히 측정된다. 우리의 삶은 점점 상품화되고 공리와 영리의 경계선은 점점 허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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