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화면 앞에서 길을 잃다
책상 위에 노트북 세 대가 열려 있습니다. 한 화면에는 새 강의 기획안이, 다른 화면에는 편집 중인 영상이, 또 다른 화면에는 아직 답하지 못한 협업 제안 메일이 떠 있습니다. 1인 기업을 운영하는 어느 코치의 하루입니다. 그는 늘 분주합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나면 손에 쥔 결과물은 많지 않습니다. 여러 갈래로 뻗은 일이 서로의 힘을 갉아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우와 고슴도치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여우는 영리한 동물입니다. 사냥감을 쫓을 때마다 매번 다른 방법을 씁니다. 어떤 날은 몰래 다가가고, 어떤 날은 빙 둘러 가고, 어떤 날은 기다렸다가 덮칩니다. 방법이 다양한 만큼 아는 것도 많습니다. 반면 고슴도치는 재주가 하나뿐입니다. 위험이 닥치면 그저 몸을 동그랗게 말아 가시를 세웁니다. 매번 똑같은 방법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늘 고슴도치의 승리로 끝납니다. 여우가 아무리 다양한 방법을 궁리해도, 가시로 뭉친 고슴도치 앞에서는 결국 물러섭니다. 많이 아는 것이 하나를 확실히 아는 것을 이기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사람에게 옮겨 보면 이렇습니다. 여우형 인간은 여러 일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정보를 넓게 모으는 사람입니다. 고슴도치형 인간은 한 가지 목표만 붙들고 그것에만 집중하는 사람입니다. 지금처럼 정보와 기회가 넘치는 시대에는 이 두 가지 힘이 모두 필요합니다. 여우처럼 넓게 살피는 힘과, 고슴도치처럼 하나를 깊이 파고드는 힘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평생 여우로만 살거나, 평생 고슴도치로만 산다는 데 있습니다. 이 둘을 언제, 어떻게 함께 쓰는지가 관건입니다. 세 가지로 정리해 봅니다.
첫째, 여우의 시간과 고슴도치의 시간은 따로 흘러야 합니다
여우처럼 정보를 모으는 시간과, 고슴도치처럼 그 정보를 실행하는 시간은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이 둘을 한 시간 안에 섞으면 반드시 탈이 납니다. 정보를 모으면서 동시에 실행하려 하면, 판단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하루는 조각조각 흩어집니다.
앞서 말씀드린 코치도 그러했습니다. 강의를 준비하다가 영상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곧바로 손을 댔고, 협업 제안이 들어오면 검토도 없이 일정에 끼워 넣었습니다. 여우의 습관과 고슴도치의 습관이 하루 안에서 쉼 없이 충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모으는 시간과 실행하는 시간을 아예 다른 자리에 두십시오. 이를테면 매주 월요일 오전은 새로운 정보와 기회를 살피는 여우의 시간으로, 그 외의 시간은 정해 둔 한 가지 일에만 몰입하는 고슴도치의 시간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시간의 경계를 긋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흔들림은 크게 줄어듭니다.
둘째, 일상은 가시 하나로 지켜야 합니다
일상은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이 모든 선택을 매번 새로 고민하면 지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일상에 필요한 것은 고슴도치의 가시, 곧 원칙 하나입니다. 원칙을 세워 두면 그 원칙이 대신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 석 달은 신규 고객 세 명을 깊이 만족시키는 일에만 집중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해 보겠습니다. 이 원칙을 세운 뒤에는 어떤 제안이나 유혹이 들어와도 질문은 하나로 좁혀집니다. “이 일이 그 세 명에게 도움이 되는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매력적인 제안이라도 미루면 됩니다.
이 원칙은 종이에 적어 눈에 보이는 곳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머릿속에만 담아 두면 바쁜 순간에 쉽게 흐려집니다. 원칙이 눈앞에 있으면, 선택의 갈림길마다 처음부터 다시 고민할 필요가 사라집니다.
셋째, 정해진 날에만 여우로 돌아가야 합니다
비즈니스에서 고슴도치의 집중은 강력하지만, 때로 위험한 방향으로 흐르기도 합니다. 하나에 집중하는 일이 하나에 갇히는 일로 변할 때입니다. 가시를 세우고 버티는 고슴도치도,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몸만 말고 있다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시장의 신호가 분명히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데도 같은 방식만 고수한다면, 그것은 집중이 아니라 고집입니다.
이 위험을 막는 방법은 정기적인 점검입니다. 석 달이나 반년에 한 번, 지금 집중하는 일이 여전히 옳은 방향인지 확인하는 시간을 따로 마련하십시오. 이때만큼은 일부러 여우가 되어 시장과 고객과 경쟁자를 다시 넓게 살핍니다. 데이터가 방향이 맞다고 말하면 다시 고슴도치로 돌아가 그 일에 몰입하고, 데이터가 다른 방향을 가리키면 그때 방향을 조정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점검을 감정이 아니라 미리 정해 둔 일정에 맡겨야 한다는 점입니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점검하면 매번 다른 결론이 나옵니다. 정해진 시점에만 점검해야, 흔들림 없이 집중하면서도 방향을 놓치지 않습니다.
여우의 눈과 고슴도치의 가시는 동시에 필요합니다
여우의 시간과 고슴도치의 시간을 따로 나누고, 일상은 가시 하나로 지키며, 정해진 날에만 여우로 돌아가 방향을 확인하는 것 – 이 세 가지가 쌓일 때 여우와 고슴도치는 비로소 한 몸 안에서 함께 살아갑니다.
다시 그 코치의 책상을 떠올려 봅니다. 세 대의 노트북이 열려 있던 자리에, 이제는 화면 하나만 켜져 있습니다. 그 화면에는 다음 세션을 준비하는 고객 한 명의 자료가 담겨 있습니다. 넓게 아는 것과 깊이 아는 것은 서로 싸우는 관계가 아닙니다. 오늘 벌여 놓은 일들 가운데 진짜 뚫을 자리 하나를 고르는 것, 그 작은 선택에서 고슴도치의 가시는 다시 세워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