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길이 스승이었던 이틀

2026년 9월 10~11일
이틀 연속으로 제주올레를 걸었습니다. 목요일에는 14-1코스를 오설록에서 저지리까지 역으로, 금요일에는 11코스를 모슬봉 자락에서 무릉외갓집까지 걸었습니다.

목요일에는 친구 O 씨와 고수향 작가와 동행했습니다. 친구는 내 일정과 맞춰 제주에 내려왔고, 고 작가는 2019년 8코스를 걷다 만난 인연인데, 세계자연유산 해설사이면서 한라산국립공원에서도 일하고 있는 분입니다. 걷는 내내 그는 길가에 핀 꽃과 그 열매의 이름을 하나하나 일러주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현무암 이야기가 오래 남았습니다. 현무(玄武)가 거북과 뱀이 어우러진 북방의 수호신이라는 것을 저는 그날 처음 들었습니다. 발에 차이던 검은 돌이 그 순간부터 달리 보였습니다. 이름을 알고 나면 사물은 더 이상 무심한 풍경이 아닙니다.

목요일에는 저지곶자왈을, 금요일에는 신평곶자왈을 걸었습니다. 곶자왈은 용암이 흘러 굳은 돌밭입니다. 흙이라 부를 것도 변변치 않은 그 바위 틈에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숲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끈질기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살아 있는 것은 결국 자리를 탓하지 않는구나 싶었습니다.

9월 11일, 오늘 아침에는 서귀포 중앙로타리에서 버스를 탔다가 중국 광저우에서 온 아가씨를 만났습니다. 아흐레 휴가를 내어 제주에 왔고, 어제는 8코스를 걸었으며 오늘은 10코스를 걸으러 가는 길이라 했습니다. 제 중국어는 짧았지만 그쪽 영어가 좋아 이야기는 막힘이 없었습니다. 짧은 대화였지만,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참 열려 있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먼저 내리며 좋은 걸음 되라고 인사했고, 버스가 지나갈 때 손을 흔들었습니다. 오늘 그 길을 멋지게 걸었기를 바랍니다.

저는 제주올레 27코스 437km를 지금 다섯 번째 걷고 있습니다. 네 번을 걷고도 이 길은 여전히 새로운 것을 가르칩니다. 그러니 스승이라 부르는 것이 지나치지 않습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걷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