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은 디디고 다닐 수 있게 드문드문 놓은 평평한 돌을 말합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바탕이 되는 것을 비유로 이르는 말로 쓰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온갖 어려움을 만납니다. 생노병사라는 라이프 사이클은 인간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과정입니다. 역경을 만날 때 그것을 디딤돌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걸림돌이 되어 넘어질 것인가는 오롯이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아무 걱정과 근심도 없이 그저 평탄하게 인생을 살아간다면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장애물을 만나면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절호의 기회로 만들어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런 사례는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가 아니면 좌절하고 포기하는 사람만 보이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20세기 최고의 클래식 음악 지휘자로 평가받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아르투로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는 자신의 고난을 디딤돌로 삼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순회 가극단의 첼리스트로 연주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1886년 로시 오페라단 및 오케스트라 소속으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가극장에 연주를 하러 갔는데 우연한 기회에 지휘봉을 잡게 되었습니다. 지휘자 레오폴드 미게츠가 극단과 마찰을 일으켜 ‘아이다’ 공연의 막을 올리기 직전에 지휘봉을 던져버렸고 부지휘자와 합창단 지휘자가 대신 지휘봉을 잡았지만 청중의 야유에 밀려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단원들은 평소 지휘에 대해 뜨거운 열정을 가졌던 약관 19세의 첼리스트 토스카니니에게 즉석에서 지휘봉을 맡겼고 그는 대곡 ‘아이다’를 완벽하게 지휘했습니다. 청중은 공연이 끝난 후 기립 박수로 새로운 마에스트로의 탄생을 축하했습니다.
이런 토스카니니는 어릴 때부터 시력이 나빠 보면대 위의 악보를 제대로 보지 못해 악보를 통째로 외워 자신의 약점을 덮었다고 합니다. 89세에 타계했으니 무려 70년 동안 지휘자로 맹활약을 했습니다. 토스카니니와 같은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통해 위대한 사람들은 모두가 역경을 디딤돌로 삼은 사람들입니다. 필자의 경우도 직장 생활 20년을 마치고 40대 후반에 일찌감치 퇴직을 하고 10년을 여러 가지 직업을 거치며 동분서주했습니다. 그러다가 스티브 잡스가 만든 스마트폰을 만난 후 창직 전문가로 거듭나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회상해 보면 평탄하게 정년이 될 때까지 직장 생활을 지속했다면 지금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처럼 재취업을 하거나 그저 소일거리를 찾는 사람이 되었겠지요.
지금 자신의 상황이 힘들고 어렵다면 그건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눈앞에 나타난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지금 자신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혹시 매너리즘에 빠져 자신이 편안한 길만 찾는 게 아닌가 고민해 봐야 합니다. 도전이 없으면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새로운 세상을 보는 안목이 흐려집니다. 우리는 모두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갑니다. 모든 것이 넉넉하게 주어진다면 굳이 힘들게 노력할 필요조차 없게 됩니다. 결핍을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에너지로 간주하고 생각을 바꾸면 언제든지 디딤돌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는 모두 어려운 시기를 지나왔습니다. 아직 코로나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여기 주저앉아 있을 수 없습니다. 분연히 털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고난의 디딤돌을 건너면 조금 더 성숙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