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불러 주라

이름이란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 사물, 단체, 현상 따위에 붙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또한 사람의 성 아래에 붙여 다른 사람과 구별하여 부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화초와 잡초의 다른 점은 화초는 각각의 꽃이나 식물에 이름이 붙어 있고 잡초는 이름이 없는 모든 식물을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네이밍(naming)은 이름을 붙여주는 것입니다. 브랜딩(branding)은 브랜드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 이름을 가지게 됩니다. 그 이름은 소중합니다. 이름을 불러주는 행위는 그 사람을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는 행위는 매우 중요합니다. 처음 만난 사람끼리 이름을 밝히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은 서로 간의 소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입니다. 이름 불러 주기를 꺼리는 것은 상대방을 하찮게 여긴다는 오해를 받기 쉽습니다.

얼마 전 필자의 여섯 번째 책이 나와서 출간 기념 북콘서트를 가졌습니다. 일반적인 북콘서트에서는 저자가 미니 강연을 하거나 사회자와 함께 저자와의 대화 시간을 갖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참석자들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부르고 자신이 스스로를 소개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참여형 북콘서트를 경험했고 정말 뜻깊은 행사였다고 피드백을 보내왔습니다.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이 누군지도 알리지 못한 채 책을 구입하고 저자를 축하하는 정도의 그저 그런 북콘서트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2018년부터 5년간 서울 중구 다산동에 위치한 장충중학교에서 1학년 자유학년제 교사로 학생들을 지도했습니다. 수업 시간이 되면 질의응답식으로 일일이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질문하고 대답하며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학교에 가면 계단이나 복도에서 2학년과 3학년을 만납니다.

만나는 학생들의 이름을 기억해서 불러 주며 인사하면 모두가 좋아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그저 신이 납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나타내려는 본성이 숨어 있습니다. 간혹 부끄러워서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기 싫어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면 좋아합니다. 요즘은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에게도 이름을 붙여 줍니다. 창직으로 평생직업을 찾으면 브랜딩을 하고 네이밍도 합니다. 이렇게 만든 이름은 정체성을 심어 주고 광고 효과까지 노릴 수 있습니다. 오랜 직장 생활을 마치고 퇴직한 사람들은 자신의 명함 만들기를 주저합니다. 한 번도 자신이 직접 명함을 만들어 본 적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당연히 직장에서는 총무 부서에서 표준 명함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인생 다모작은 자신이 직접 명함 만들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바이블(Bible)을 보면 일찍이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시고 하늘과 땅과 바다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인간을 만드시고 그 인간에게 세상의 모든 동식물에게 이름을 붙여주라고 했습니다. 이름은 고귀한 것입니다.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은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고 존중하는 행위입니다. 나이가 적든 많든 이름을 불러주면 모두가 좋아합니다. 김춘수 시인은 꽃이라는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자신을 잡초라고 생각했는데 이름을 붙여주니 비로소 꽃이 되었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면서 우리들은 모두 누군가의 꽃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름은 불러 주는 데는 힘이 들지 않습니다. 돈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진심과 사랑을 담아 이름을 불러 줄 때 서로가 서로에게 꽃 같은 존재가 됩니다. 이름을 자주 불러 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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