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받을 때 생각의 힘이 커진다

질문을 받는 아이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필자는 장충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 수업에서 매주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매 학기 지켰던 원칙이 하나 있었습니다. 필자의 질문에 학생들이 대답을 하면, 그 대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대답 위에 서너 개의 추가 질문을 다시 얹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나요?” “다른 이유는 없을까요?” “그 생각이 틀렸다면, 어디서부터 틀렸을까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당황했습니다. 대답 하나로 끝날 줄 알았던 질문이 자꾸 되돌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업이 계속될수록 아이들의 대답은 달라졌습니다. 첫 대답은 짧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설명은 점점 더 길고 단단해졌습니다.

지금 그 교실의 장면이 다시 떠오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AI를 ‘물으면 즉시 답해주는 존재’로만 생각합니다. 질문을 던지고, 매끄러운 답을 받고, 거기서 끝냅니다. 그러나 이 구조 안에서는 생각의 힘이 자라지 않습니다. 답을 받는 것과 생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생각의 힘은 답을 받을 때가 아니라, 질문을 받을 때 커집니다. AI가 나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고, 내가 그 질문을 따라가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대화의 과정 속에서 생각은 자랍니다. 그렇다면 AI와의 대화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요. 세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AI를 답 자판기가 아니라 질문하는 상대로 바꾸십시오

가장 먼저 바꾸어야 할 것은 요청의 방식입니다. “이 문제의 답을 알려줘”라고 묻는 대신,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바로 주지 말고, 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질문을 던져줘”라고 요청해 보십시오. 이 한 문장의 전환만으로 AI와의 관계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단순히 답을 받는 사람에서, 질문을 마주하는 사람으로 자리가 바뀝니다.

장충중학교 교실에서도 시작은 똑같았습니다. 학생들에게 먼저 답을 주지 않고, 질문으로 생각의 문을 열었습니다. AI에게도 이 순서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를 준비할 때, 진로를 고민할 때,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AI에게 먼저 질문을 요청하는 습관이 생각의 힘을 키우는 첫걸음입니다.

둘째, 한 번의 답에서 멈추지 말고 꼬리 질문을 이어가십시오

소크라테스식 질문법의 핵심은 한 번의 질문이 아니라 이어지는 질문에 있습니다. 학생이 대답하면 저는 그 대답을 다시 파고드는 서너 개의 질문으로 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나요?”에 이어 “그 생각의 근거는 무엇인가요?”, 다시 “그 근거가 흔들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렇게 질문이 겹겹이 쌓일 때, 처음에는 막연했던 생각이 점점 더 선명한 논리로 다듬어졌습니다.

AI와의 대화도 같은 방식으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AI가 첫 질문을 던지고 내가 답하면, 거기서 대화를 끝내지 말고 “이번 답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져줘”라고 요청하십시오. 한 번의 질문과 답으로는 생각이 표면에 머뭅니다. 질문이 서너 번 이어질 때, 비로소 생각은 표면 아래로 내려가 자신의 근거와 마주하게 됩니다.

셋째, 질문과 답이 오고 간 자리를 다시 들여다보십시오

대화가 끝난 뒤에도 한 가지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오고 간 질문과 답을 다시 읽으며, 그 안에서 자신의 결론을 스스로 정리하는 일입니다. 이 과정을 건너뛰면, 대화는 그 순간에는 깊었지만 기억에는 남지 않습니다.

장충중학교 학생들에게도 수업이 끝날 때마다 그날 오고 간 질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노트에 적어 보게 했습니다. 그 한 줄의 기록이 쌓이면서 학생들은 질문받는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갔습니다. AI와의 대화도 다르지 않습니다. 대화창을 닫기 전, “오늘 이 질문들 중 나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이었나”를 한 줄로 남겨 보십시오. 그 한 줄이 대화를 생각의 자산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다시, 손을 드는 순간

AI를 질문하는 상대로 바꾸고, 한 번의 답에서 멈추지 않고 꼬리 질문을 이어가며, 오고 간 질문과 답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 – 이 세 가지가 쌓일 때 생각의 힘은 비로소 커집니다.

그 교실에서 손을 들던 아이들의 얼굴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처음에는 짧은 대답 하나로 끝내려던 아이들이, 거듭된 질문 앞에서 결국 자신의 언어로 생각을 완성해 갔습니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답을 내놓아도, 그 답을 받는 순간 생각은 멈춥니다. 그러나 AI가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내가 그 질문을 따라가는 순간부터 생각은 다시 확장되기 시작합니다. 질문을 받을 때, 생각의 힘은 조금씩 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