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의 급습은 누구도 예상치 않았던 초대형 사건이다. 게다가 이렇게 어느 특정 지역이 아닌 전세계로 순식간에 퍼져나갈 줄은 그 누구도 미처 몰랐다. 코로나19가 지난해 12월에 시작된 것으로 본다면 벌써 6개월이 다 되었는데 백신 개발은 아직 진행 중이고 도대체 언제 바이러스가 잠잠해 질 지 예측도 불가능하다. 전쟁 중에도 열렸다던 학교 문이 굳게 닫혀 있으며 확진자가 발생하면 해당 지역 전체가 거의 초토화 되어 일상 생활에 크나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득이 하게 가족 중 누군가 해외에서 입국하기라도 하면 자가 격리 2주일을 위해 집을 비워주고 나머지 식구들은 방을 구해 나가야 하는 엄청난 해프닝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입시를 앞둔 고3부터 순차적으로 등교를 한다지만 여전히 불안한 기색을 감출 수 없다.
미래는 원래 예측이 어렵지만 이번 팬더믹을 보면 앞으로의 미래는 예측이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거의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럴 때는 복잡한 생각을 접고 오히려 단순함을 추구하며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단순함은 현대인에게는 더 어려운 일일 지 모른다. 과거와 달리 워낙 복잡다단한 세상을 살다보면 평범하거나 단순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어색하고 뭔가 부족한 것 같은 의식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기 쉽다. 먼저 단순함은 생각을 단순하게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바이러스 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을 단순하게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사전적 의미의 생각이 판단하고 기억하고 호기심을 갖는 것이므로 이 세 가지 단어를 염두에 두고 단순함을 의식적으로 시도해 보자.
먼저 판단은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과 정보와 경험이 뭉뚱그려져서 결정된다. 단순함은 부족한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이렇게도 할 수 있고 저렇게도 할 수 있다면 남은 것은 자신의 의지로 어느 쪽이든 선택하는 것이다. 결국 선택을 단순하게 하라는 뜻이다. 최종 목적지를 향해 차를 몰다가 길을 잘못 들면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음을 상기하며 머뭇거리지 않고 판단하는 습관을 가지면 조금씩 판단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 단순하게 기억하는 것이다. 억지로 기억하려면 어렵지만 기억해야 할 대상과 유사한 형태나 말을 찾아내서 입을 통해 반복하며 기억하려는 시도를 자주 하면 기억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지금은 웬만한 지식과 정보는 스마트폰 검색으로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억지로 많이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검색 요령을 익히는 것이 더 유익하다.
끝으로 단순한 호기심으로 똘똘 뭉치는 것이다. 호기심은 정신과 육체를 모두 젊게 만드는 특효약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 스마트폰을 꺼내 자주 찾아보려는 노력이 쌓이고 쌓이면 호기심 주머니도 점점 커진다. 지나친 호기심은 상대방에게 불편을 줄 수 있지만 적당한 호기심은 대화의 물꼬를 열어주며 소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인간은 대단한 존재인 것 같지만 일상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미래 학자처럼 끊임없이 미래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에게 장차 닥칠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려워도 오늘을 사는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면 그런 삶도 만족할 만하다. 정말 미래 예측은 어렵다. 그렇다면 판단과 기억과 호기심을 단순화 해서 현명하게 오늘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