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를 만난 강물
산에서 흘러내려온 강물이 커다란 바위를 만나면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택합니다. 바위를 그대로 밀어붙이다 그 앞에 갇혀 버리거나, 방향을 틀어 바위를 돌아 흐르거나. 강물이 결국 바다에 닿는 것은 바위와 싸워 이겼기 때문이 아닙니다. 바다에 이르겠다는 방향만은 놓지 않은 채, 그 앞의 장애물 앞에서 몸을 기꺼이 틀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판단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세워 둔 전략이 결과로 증명되지 않아도, 더 밀어붙이면 언젠가 옳았음이 드러날 것이라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상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닫고, 지금의 방식에 더 큰 노력을 쏟는 것이 신념을 지키는 일이라 여깁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결단력이 아닙니다. 방향을 지키는 것과 방법을 고집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순간, 판단은 흐르지 못하고 바위 앞에 고입니다.
그렇다고 고집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고집이 전혀 없어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사람은 결단력을 키우지 못합니다. 조직에서 결정을 미루는 습관이 쌓이면, 아무도 책임지고 결정하지 않은 채 시간에 떠밀려 흘러가는 결정결핍증에 빠집니다. 고집이 지나쳐도 문제이고, 고집이 없어도 문제입니다. 관건은 고집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흐르는 힘으로 바꾸는 데 있습니다. 세 가지로 정리해 봅니다.
첫째, 결과를 피드백으로 받아들이십시오
고집과 결단력을 가르는 첫 번째 기준은, 결과 앞에서 무엇을 하느냐입니다. 고집이 센 사람은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그것을 신념이 부족했던 탓으로 돌립니다. 더 밀어붙이면 언젠가 증명된다고 믿으며 같은 방식에 더 큰 힘을 쏟습니다. 반면 결단력 있는 사람은 결과를 정보로 받아들입니다. 세상이 보내는 신호를 방향을 수정할 근거로 삼는 것입니다.
한 자영업자가 신메뉴를 출시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고집이 센 사람은 손님들이 아직 그 맛을 몰라서라고 여기며 광고비를 더 늘립니다. 하지만 결단력이 있는 사람은 다릅니다. 판매 데이터와 손님의 반응을 있는 그대로 확인하고, 가격이나 구성을 바꿉니다. 신념을 지키는 것과 결과를 외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실천 방법은 분명합니다. 어떤 결정을 내린 뒤 일정한 점검 시점을 미리 정해 두십시오. 그 시점마다 “이 결과가 내 판단을 뒷받침하는가,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습관을 만드십시오. 이 질문을 정기적으로 던지는 사람만이 고집을 결단력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둘째, 신념과 방법을 분리하십시오
고집이 센 사람의 특징은 목표와 수단을 하나로 묶어 버리는 데 있습니다. “이 방식이 옳다”는 믿음과 “이 목표가 옳다”는 믿음을 구분하지 못하면, 방식을 바꾸는 일이 곧 신념을 배신하는 일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방법이 틀렸다는 증거 앞에서도 물러서지 못합니다.
결단력 있는 사람은 이 둘을 명확히 나눕니다. 목표는 단단하게 붙잡되, 그 목표에 이르는 방법은 언제든 바꿀 수 있는 도구로 여깁니다. 강물이 바다에 이르겠다는 방향은 바꾸지 않되, 바위 앞에서 물길은 기꺼이 바꾸는 것과 같습니다. 물길을 바꾸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바다에 대한 진짜 헌신입니다.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내가 지키려는 것은 목표인가, 방법인가”를 한 줄로 적어 구분해 보십시오. 목표와 방법이 분리되는 순간, 방법을 바꾸는 일이 훨씬 가벼워집니다.
셋째, 작은 결정을 미루지 않는 훈련을 반복하십시오
결단력은 큰 순간에 갑자기 생기지 않습니다. 평소에 작은 결정을 미루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정작 중요한 순간에도 결정을 내리지 못합니다. 반대로 사소한 선택들을 제때 내려 본 사람은, 큰 결정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결정 근육을 갖게 됩니다.
점심 메뉴를 고르는 일, 이메일 회신 시점을 정하는 일처럼 작은 결정에도 마감을 정해 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결정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몸에 익히게 됩니다. 그 태도가 쌓여 큰 결정의 순간에도 망설임 없이 방향을 정하는 힘이 됩니다.
실천은 간단합니다. 하루에 한 가지, 미뤄 왔던 작은 결정을 오늘 안에 내려 보십시오. 그 결정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지켜보는 반복이, 결단력이라는 근육을 서서히 키워 갑니다.
다시, 바다로 가는 강물
결과를 피드백으로 받아들이고, 신념과 방법을 분리하며, 작은 결정을 미루지 않는 훈련을 반복하는 것 – 이 세 가지가 쌓일 때 고집은 비로소 결단력이 됩니다.
바위 앞에서 갇힌 강물은 그 자리에서 썩어 갑니다. 방향을 지킨 채 물길을 튼 강물만이 결국 바다에 닿습니다. 결단력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켜야 할 것은 굳게 지키되, 바꾸어야 할 방법 앞에서는 기꺼이 물길을 트는 사람만이 다음 바위 앞에서도 갇히지 않고 흐릅니다. 오늘 미뤄 둔 결정 하나를 내리는 것, 그 작은 흐름에서부터 결단력은 다시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