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토론

독서 토론은 독서한 내용에 대하여 여러 사람이 각각 의견을 말하며 논의하는 것입니다. 독서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심오한 독서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방편이 됩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봅니다. 독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책을 쓴 저자의 관점이 어떠하든지 상관없이 독자는 자신의 관점으로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합니다. 독서 토론에 참여하면 저자가 책에서 말하려는 의도와 함께 다른 사람의 다양한 관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조용히 혼자서 하는 독서와 달리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전혀 다른 관점을 다른 사람을 통해 엿볼 수 있게 됩니다. 흔히 비판적 사고로 독서를 하라고 권합니다. 세상에 절대 옳음은 없습니다. 저자의 의도와 다른 사람들의 관점이 옳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필자도 처음 독서 토론에 참여할 때 무척 망설였습니다. 사람들에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독서 내공이 깊지 못함을 들키지는 않을까 염려해서 그랬습니다. 쪽팔림이 두려워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독서 내용과 필자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기 어려웠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정해진 시간 내에 책을 읽지 못해서 토론의 주제를 벗어나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했습니다. 이런 필자의 경험을 담아 서울시 50플러스에서 지난 4년 반 동안 진행한 1인창직 과정에서는 수강자들에게 독후 에세이 발표하기를 독려했습니다. 에세이는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을 말합니다. 독후 에세이는 책을 읽은 후 느낀 감정과 생각을 거침없이 쓰고 발표하는 방식입니다.

현대인은 모두가 바쁩니다.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기가 벅찹니다. 그래서 책을 끝까지 읽지 않고도 독후 에세이를 쓰고 발표하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물론 책을 끝까지 정독하는 것이 좋지만 그 책과 관련해서 충분한 생각을 하고 행동이 뒤따른다면 그것으로 얼마든지 독후 에세이를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강한 분들이 처음에는 독후 에세이라는 형식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워했지만 금세 적응하고 나중에 과정을 수료할 때에는 이구동성으로 까마득히 잊어버렸던 독서를 다시 하게 되어 감사하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평소에도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과 자신의 생각을 메모해 두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습관은 매우 유익합니다. 배우들이 대본을 외우고 연기를 거듭하면서 나중에 극중 배우를 닮아가는 사례가 많습니다. 책을 읽고 생각과 행동이 반복되면 조금 더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배움의 길에 있는 학생들은 시험이라는 과정이 있어야 공부를 하게 됩니다. 정해진 기간 내에 책을 읽고 독서 토론에 참여해야 한다는 과제를 통해 독서의 끈을 놓지 않게 됩니다. 독서는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굳이 힘들게 독서를 해야 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필자에게도 월 1회 독서 토론하는 모임이 둘 있습니다. 매주 창직 칼럼을 두 편 이상 써야 하므로 따로 독서를 하지만 독서 토론에 참여하기 위해 매월 두 권의 책을 더 읽으며 생각의 힘을 키웁니다. 가끔 강연을 준비하거나 대화를 할 때 지금까지 파편처럼 흩어져 있었던 독서 내용이 머릿속에서 조합이 되면서 반짝하며 힌트를 줍니다. 이제는 칼럼을 쓰면서도 참고 자료를 펼쳐놓지 않고도 얼마든지 글을 씁니다. 이 모두가 독서와 독서 토론의 영향입니다. 독서 토론에 참여하기를 적극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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