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처럼 읽어라

소는 인간에게 참 이로운 동물입니다. 평생 주인을 위해 일을 하고 우유를 공급합니다. 그뿐 아니라 나중에는 자신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전부를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먹을 것으로 제공합니다. 소는 대체로 온순합니다. 그래서 평화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특히 소는 위가 여러 개여서 되새김질(rumination)을 합니다. 하루 종일 뭔가를 우물우물 씹는 소의 모습이 자연스럽습니다. 독서를 하되 소처럼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유익합니다. 독서는 책을 많이 읽었다고 자랑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책을 읽은 후 생각이라는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자신이 먼저 성장하고 성숙해야 독서의 진가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호시우보(虎視牛步)는 호랑이처럼 예리하고 무섭게 사물을 보고 소처럼 신중하게 행동한다는 뜻입니다. 매사 주변 환경에 따라 촐싹거리지 않고 진중하게 사리를 판단하는 것이 소처럼 독서하는 방법입니다.

최근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썰래발 TV’를 시작한 박호영씨는 첫 번째 유튜브에서 술 주​​(酒) 자의 의미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주는 물 수(水) 변에 닭 유(酉)가 합쳐져서 닭이 물을 쪼아 먹듯이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 한번 쳐다보면서 천천히 술을 마셔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야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건강한 독서 생활을 유지하려면 닭이나 소처럼 차분하게 책에 담긴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문자로만 책을 읽으면 맥락을 놓치기 쉽습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필자도 지금까지 독서를 하면서 별로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올해의 독서 목표로 책을 읽으며 생각의 깊이를 더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평소 음식도 급하게 먹는 편이고 매사 신중하지 못한 성격이라 적응하는데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람마다 독서 스타일이 다릅니다.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필자의 경험으로는 독서 스타일도 계속해서 변합니다. 독서의 내공이 깊어질수록 책을 읽은 시간보다 생각하고 글을 쓰는 시간이 조금씩 더 많아졌습니다. 독서 내공에는 끝이 없습니다. 종종 남들이 말하는 베스트셀러 책을 읽으면서 필자로서는 제대로 읽히지 않아 곤혹스러워하기도 합니다. 특히 번역서 중에는 잘 읽히지 않는 책도 더러 있습니다. 그럴 때는 재독을 시도합니다. 확실히 책을 다시 읽으면 처음 읽을 때 딴 생각 하느라 놓쳤던 내용이 눈에 들어옵니다. 온갖 잡념이 머릿속에 가득하면 독서하는데 방해가 됩니다. 그래서 스마트폰 앱 중에 ‘포모도로’라는 앱을 사용해서 타이머를 세팅해 두고 그 시간은 온전히 독서에 집중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필자에게는 꽤 효과가 있습니다.

다시 한번 소를 생각해 봅니다. 독서를 넓고 깊게 한 사람은 소와 같이 모든 것을 달관한듯한 표정이 얼굴에 묻어납니다. 소는 뭔가를 먹으면서 씹고 또 씹습니다. 한참을 지난 후 다시 또 되풀이해서 씹습니다. 이렇게 곱씹는 과정을 통해 충분하게 소화가 됩니다. 다른 동물에 비해 별로 뛰어다니지 않고 한곳에 머물러 있지만 소의 건강 비결이 바로 이런 되새김질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소처럼 닭처럼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씹어가며 독서하면 단물이 더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책을 그렇게 잘근잘근 씹어야 할 이유는 없겠지만 씹는 것도 씹어본 사람만이 단맛을 충분히 느낍니다. 독서의 세계는 무한합니다. 넓고 깊은 독서의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고유한 독서 방법을 개발하고 정착시켜야 합니다. 소처럼 천천히 읽으면서 생각의 깊이를 더해가는 독서 방법도 그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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