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시작은 일상의 대화로부터

소통은 뜻이 서로 막히지 않고 잘 통하여 오해가 없는 것을 말한다. 과학 기술은 급진적으로 발달하지만 우리 인간은 점점 소통보다 불통의 시대로 떠밀려 가고 있다. 소통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일상의 대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소통이 워낙 중요하고 무거운 화두여서 자칫 무슨 대단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서야 소통을 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방 정부나 시골 마을에서는 장마철을 앞두고 도랑을 미리 파고 하수구에 쌓인 쓰레기 더미를 치운다. 아직 비가 본격적으로 오지 않았지만 겨우 내 내버려뒀던 물꼬를 다시 점검하고 갑자기 큰 비가 쏟아지면 물을 흘려보낼 수로를 정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시의적절한 일이다. 소통은 이와 같다.

꽤 오래 전 두 아들이 사춘기에 접어 들었을 때 가족간의 대화가 절실하다고 느낀 필자가 섣불리 가족회의를 열고 일방적으로 명령하다시피 소통을 강조했는데 결과는 아내와 두 아들의 반감만 크게 샀다. 평소 가족을 더 사랑하고 이해하고 사소한 일상의 대화를 소홀히 한 채 말로만 소통을 강요한 결과였다. 한참을 지나 반성했지만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가족들 앞에서 얼굴이 화끈 거린다. 필자의 부모 세대와 필자가 살아온 세대의 평균치가 그랬기 때문에 정말 모르고 그랬다. 부부 간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연애할 때는 너무나 일상적이며 사소한 일에도 낄낄거리며 대화하다가 막상 결혼해서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줄어들고 중요한 결정이 필요할 때에도 매끄러운 대화가 되기 어려워 서로 부담스러워 하게 된다.

미래희망가정경제연구소 김남순 대표는 전국 아니 전세계를 다니며 가정경제의 소중함과 관리 방법을 강연하고 상담을 한다. 우리나라 뿐아니라 다른 나라도 다르지 않다. 가정경제가 소중함을 누구나 알면서도 막상 부부가 서로 자라온 환경이 다르면 가정경제를 위한 합일점을 찾지 못한 채 평생 살아간다. 부부 중 한쪽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나서 절약과 저축이 몸에 배어 있고 다른 한쪽은 조금 넉넉한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절약보다는 적절한 지출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 부부 간의 가정경제에 대한 대화는 평행선을 그으며 헛돌 수 밖에 없다. 어느 시점에서 부부 간에 대타협의 터닝포인터를 찾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그냥 그대로 쭉 가는 수 밖에 별 도리가 없다.

하루에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의 숫자가 남자와 여자가 크게 다르다는 것쯤은 누구나 안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이유가 말을 많이하고 특히 수다를 자주 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튼 불통의 이유를 대화 부족에서 찾는다면 지금보다 더 많이 사소한 일상에서 자주 대화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ROTC 출신으로 군 제대를 한지 벌써 40년이 넘었지만 요즘도 친구들끼리 만나면 남자들의 수다도 여자들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친구들 중에 간혹 해외 또는 국내에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가 무리에 들어오면 별로 할 말이 없다. 어느 정도 상대방의 근황이 파악이 되는 상태에서는 사소한 대화나 농담도 부드럽게 넘어가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과는 뭔가 조심스럽고 어색한 느낌이 든다. 소통은 바로 지금 평소 일상의 대화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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