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내공을 쌓아라

내공​​​​(內功)이란 오랜 기간의 경험을 통해 쌓은 능력을 말합니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나타나는 능력은 내공이 아닙니다. 독서의 내공은 정말 심오합니다. 말이나 글로 뭐라고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내공을 쌓은 자신도 그 내공에 대해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필자가 요즘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독서 내공을 가진 사람입니다. 특히 전업 작가들 중에는 이런 내공을 가진 달인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내공을 알아보기 위해 그 내공을 어떻게 쌓았는지 물어보았지만 신통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들이 자신의 내공을 남에게 알려주기 싫어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실은 그들도 자신의 내공이 어떻게 쌓였는지 잘 몰랐을 수 있습니다. 마치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나중에 우울증을 벗어난 후 왜 그때 우울증을 겪었는지 잘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독서 내공이 깊지 못한 사람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샅샅이 읽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잘 몰랐던 내용이나 저자의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밑줄 긋고 노트에 정리하기가 바쁩니다. 이런 방식으로 정독을 하면 책 읽는 속도가 무척 느립니다. 책 한 권을 일주일이나 한 달에 걸쳐 읽으면 막상 읽을 때는 내용을 기억하고 인사이트를 얻게 되지만 전체 맥락을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주제별로 책을 읽어야 할 경우에는 자칫 주제를 놓쳐버리고 책 읽기 자체에 몰입하기도 합니다. 독서 내공을 가진 사람은 책 한 권을 짧은 시간에 뚝딱 읽어냅니다. 책 표지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훑어보며 미리 핵심을 파악합니다. 특히 그 책을 쓴 저자의 스타일을 신속하게 파악한 후 책을 읽으면 과연 저자가 어떤 내용을 책 속에 담았는지 대충 파악하게 됩니다.

독서 내공을 가진 사람은 책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발군의 관찰력을 보입니다. 한마디로 촉을 부지런히 발달시킨 결과입니다. 가볍게 말하는 이야기나 자연 현상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요즘 트렌드에도 관심을 보이며 다음에 쓸 책 소재를 찾아냅니다. 어느 누구를 만나도 머릿속은 항상 글감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갑니다. 책 한 권이 보통 250~350 페이지 정도라면 그 속에서 핵심 키워드 몇 가지를 금세 찾아냅니다. 탐색과 검색 능력이 탁월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이미지를 찾는데도 빠릅니다. 모든 책을 구입해서 읽을 수는 없기 때문에 도서관 출입을 자주 합니다. 자신이 찾는 주제의 책을 신속하게 찾아내고 내용을 재빨리 파악합니다. 이런 능력이 바로 내공입니다. 반면에 독서 내공을 갖지 못한 사람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아주 먼 길을 헤맵니다.

어떤 작가는 일 년에 책 한 권만 읽는다고 독서 초보자들의 기를 죽입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일 년에 책 한 권 읽기 전에 그 작가는 일 년에 책을 수백 권씩 읽었습니다. 많이 읽어보고 많이 시행착오를 해 본 사람이 독서 내공도 쌓을 수 있습니다. 내공은 결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인내하면서 꾸준하게 책과 씨름을 하며 내공을 키워야 합니다. 독서 내공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할 시간이 있으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독서 내공을 키워야 합니다.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독서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닥치고 읽는 다독가와 일 년에 책 한 권을 읽는 정독가 중 어느 누가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독서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독서는 무엇인가 성취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아무리 독서 내공이 뛰어나도 그것을 글쓰기나 강연으로 표현해 내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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