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챈스 일병의 귀환

출처 … 하이패밀리 송길원 목사의 페이스북

<나에게도 기억의 장치가 있는가?>
일반석을 최고급으로 업그레이드 해준다. 먼 여정에 몸이라도 편하게 다녀오란다. 승객들이 다가와 위로의 말을 건넨다. 한 여승무원은 자신이 아끼던 작은 십자가상을 선물로 건넨다. 운구 이송을 책임진 마이클 스트로블 중령을 향한 따뜻한 마음들이다.2004년 이라크전에서 사망했던 챈스 팰프스 일병의 운구가 비행기 화물칸 안으로 들어간다. 공항 노무자들이 도열해 경례를 올린다. 근무 수칙을 따른 게 아니다. 두 번의 비행기를 타고서야 고향에 도착한다. 다시 자동차로 이동을 한다. 지나가던 자동차들이 운구차를 발견한다. 전조등을 켠 채로 묵묵히 뒤를 따른다. 저절로 만들어진 추모행렬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이번에는 마을 공동묘지. 가족과 친구, 주민, 참전 용사들이 맞이한다. 누구도 울부짖지 않는다. 작은 흐느낌, 조용히 흘러내리는 눈물, 사자(死者)에 대한 예(禮)의 품격을 본다.이야기는 영화로 제작되었다. <챈스 일병의 귀환>(원제: Taking Chance)이다. 마이클 중령은 고백한다.“챈스 일병에 관해서 나는 아무것도 몰랐고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몰랐습니다. 그의 운구가 이송되는 과정 동안 그는 혼자 있지 않았고 그의 가족과 친구들 역시 혼자서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미국이라는 사회가 병사의 죽음을 어떻게 슬퍼하는지를 보여준다. 죽음의 의미를 어떻게 기억하는지에 대한 증언이다. 6월의 호국보훈(護國報勳)의 달이다. 1일은 의병의 날이다. 6일은 현충일이고 10일은 민주항쟁 기념일이다. 25일은 한국전쟁 기념일이다. 우리나라의 현충일(顯忠日)이 미국에서는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다. 기억의 날이란 뜻이다.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이다. 처음엔 남북전쟁의 희생자들 묘역에 꽃을 가져다주는 날로 시작했다. 지금은 모든 전쟁의 전몰자들을 기리는 날로 확대되었다. 두 나라 모두 국경일로 지킨다.인간에게 장례와 묘지가 필요한 것은 대체 무엇 때문인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기념일과 묘소는 기억의 통로다. 기억(記憶)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최고의 예의다. 기억을 통해 그 대상이 부활한다.정진홍 교수는 “죽음은 일상이지만, 죽음이라는 언어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대신 건강, 치유, 평균수명, 노년, 복지라는 언어가 그 자리에 등장하고 죽음을 주변화하고 있다. (심지어) 죽음 담론을 전유했던 종교들도 서둘러 죽음 담론을 폐기하고 있다.” 일갈(一喝)한다.그 결과가 무엇인가? 교회와 성도들의 무기력이다. 교회는 세상에 전혀 감동을 주지 못한다. 나그네 신앙의 상실이다. 아브라함이 아내 사라를 잃는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에게도 아내의 죽음은 슬픔이다. 아브라함은 아내와 자신의 매장지를 구한다. 꽤 큰 돈을 쓴다. ‘가나안의 상속자’ 아브라함이 가나안에서 실제로 소유한 유일한 땅이 한 조각 장지라니…. 이때 아브라함은 스스로 ‘나그네’라 호칭한다(창 23:4). 성경에 처음 등장하는 용어다. 나그네는 돌아갈 본향이 있는 사람이다. 히브리서 기자는 아브라함의 믿음을 이렇게 증언한다.“믿음으로 그가 이방의 땅에 있는 것 같이 약속의 땅에 거류하여 동일한 약속을 유업으로 함께 받은 이삭 및 야곱과 더불어 장막에 거하였으니 이는 그가 하나님이 계획하시고 지으실 터가 있는 성을 바랐음이라.”(히 11:9~10)믿음의 조상들은 한결같이 본향을 찾는 나그네로 살았다. 나그네는 아브라함의 후손인 우리의 정체성이다. 그런데 몇 사람이나 그 정체성을 이해하고 나그네 삶을 살까? 다들 집사 권사 장로 되기에 바쁜 것은 아닐까? 직분은 계급이 되고 권력이 된다. 교회와 성도의 타락이 시작되는 지점이다.이 때문에 리쿠르고스(Lycourgos, 스파르타의 입법자)는 묘지가 사람들의 생활공간 가까이에 있는 것은, 죽음이라는 인간 조건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비로소 내가 필멸자(必滅者)라는 것을 안다. 1년의 반환점을 도는 6월의 끝자락이다. 자신에게 묻는다. “나에게도 ‘기억의 날’이 있는가?”-기독교보,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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