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태스킹을 피하라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란 원래 컴퓨터 용어인데 한 사람의 사용자가 한 대의 컴퓨터로 2가지 이상의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거나 2가지 이상의 프로그램들을 동시에 실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요즈음은 이 말이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으로 일반화되었습니다.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언뜻 보기에는 대단한 능력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왜 멀티태스킹을 줄이고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무엇보다 멀티태스킹은 몰입하는 에너지를 빼앗아 가버립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누구나 손에 스마트폰을 가지면서 우리에게 다가온 큰 문제는 우리가 항상 접속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생긴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배터리가 충전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없는 물건입니다. 우리는 어느새 스마트폰의 배터리를 항상 충전하고 전화나 메시지를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메시지일지라도 일단 확인해야만 한다는 절박함이 하루 종일 우리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카카오에서 제공한 통계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에 수백 번 이상 카카오톡을 확인하는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항상 접속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할지는 몰라도 행복을 안겨주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연인이나 가족들이 함께 식사를 하면서도 대화를 하지 않고 열심히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또한 멀티태스킹은 우리의 기억력을 감퇴시킵니다. 

인간의 뇌는 바쁜 것보다 게으른 것을 좋아합니다. 행복감은 뇌가 바쁘지 않고 느슨할 때 느껴집니다. 멀티태스킹을 하느라 너무 분주하면 뇌의 기능이 떨어지고 균형감각도 상실하게 됩니다. 우리가 평생 뇌 용량의 20% 이하를 사용한다고 뇌과학자들이 데이터를 들이대며 말하지만 뇌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과부하가 걸리면 삶의 질이 떨어집니다. 우리의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일밖에 하지 못합니다. 컴퓨터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필자도 오래전 3040대 직장 생활을 할 때 멀티태스킹이 대단한 능력인 줄 알았습니다. 직장에서 퇴근하면서 노트북을 가지고 집에 가서도 보란 듯이 일을 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실질적으로 몰입해서 일하는 것보다 효율성이 떨어졌지만 그때는 그래야 뭔가 있어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멀티태스킹을 계속 반복하면 우리의 뇌가 조금씩 멍청해집니다. 게다가 깊이 생각하기를 멈추기 때문에 생각하는 힘이 점점 작아집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멀티태스킹을 즐겨 했던 사람이 갑자기 그 직장에서 퇴직을 하고 나면 고무줄을 팽팽하게 당겼다가 놓은 것처럼 뇌에 일시적으로 정지 현상이 일어납니다. 많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멀티 플레이어가 각광받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아무리 복잡한 일을 만나도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한 가지씩 실행에 옮기는 역량이 더 필요한 때입니다. 멀티태스킹을 줄여야 뇌를 더욱 온전하게 활용하고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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