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는 사람

쓸모란 순수한 우리말로 쓸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 단어를 우리는 쓸모 있다(be useful) 또는 쓸모없다(be useless)로 사용합니다. 필자는 5년째 매주 화요일 자유학년제 중학교 1학년을 지도하기 위해 서울시 중구 다산동 장충중학교에 갑니다. 교문을 들어서면 전면에 학교의 교훈이 보입니다. 올바른 사람, 쓸모 있는 사람 그리고 튼튼한 사람이 바로 교훈입니다. 2018년 빈센트 리는 그의 저서 <쓸모 인류>를 통해 어른의 쓸모에 대해 화두를 던졌습니다. 그는 한국인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하와이에서 성장하고 미국 회사에 다니다가 자신이 조직인으로서의 삶이 맞지 않아 40대에 퇴직하고 개인 사업을 하다가 60대 중반에 은퇴하고 서울에 와서 자신의 쓸모를 찾아 살고 있습니다. 빈센트처럼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각자의 쓸모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중학생들은 그 교훈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쓸모란 객관적이면서도 동시에 주관적인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이 아무리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그 사람이 속한 사회나 국가에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결정해 버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삶의 매 순간마다 이것이 쓸모 있는 일인가 아닌가를 가릴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그 사람이 쓸모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결국 쓸모가 있는가 아닌가는 긴 호흡으로 바라보며 판단해야 합니다. 필자가 만든 창직 7계명의 첫째가 바로 돈보다 가치를 먼저 생각하라입니다. 새로운 직업을 찾아내는 창직뿐 아니라 우리 삶에서 가치가 항상 우선순위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계획한 일을 이루어 내었다고 해서 그것을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건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성공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평생 살면서 성공과 실패를 수없이 반복하며 살아갑니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해서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제삼자의 몫입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필요를 채워주며 진심으로 도와줄 때 비로소 가치 있는 일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인들과 대화하는 가운데 자주 듣게 되는 말은 돈을 벌지 않는 일은 가치가 없고 쓸모가 없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가치 있는 일은 돈을 버는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살리고 세우는 일입니다. 열심히 돈을 많이 벌었다고 그 사람은 가치 있는 일을 했다고 하지 않습니다.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도울 때 쓸모 있는 사람이 됩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어 한숨을 돌리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어려워져서 모두가 힘들어합니다. 우리 삶 속에는 언제나 이렇게 복병이 숨어있습니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 생각하고 살아가는 속 좁은 사람은 결코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하지만 동시에 지금까지 자신을 여기까지 있게 해준 가족과 사회와 국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감사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감사하지 않으면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어렵습니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쓸모 있는 일인지 아닌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출발점이 됩니다. 언젠가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미루지 말고 지금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 보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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