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용어 중 보이지 않는 손이란 게 있다. 이는 각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동안 사회 전체의 자원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작용하는 시장 기능을 일컫는 말로서 일찍이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제기했다. 경제학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듯이 시대를 앞서 내다볼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눈은 독서를 통해 갈고 닦을 수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눈에 보이는 것을 믿으며 보이지 않는 것은 좀체로 믿지 못한다. 독서는 광활한 세상을 열어볼 수 있는 창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사람과 그 너머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바라볼 수 있는 사람과의 간극은 실로 크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내공은 엄청난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이런 차이가 조금씩 축적되면 나중에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종교를 가진 사람은 대체로 믿음이라는 덕목이 있다. 믿음은 보지 못하는 것을 마치 보듯이 믿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비전vision의 어원은 눈eye과 관련이 있다. 바둑 고수들은 몇 수 앞을 내다본다. 하수는 미쳐 보지 못하는 앞의 몇 수를 보는 보이지 않는 눈을 가진 것이다. 자신과 상대방이 어떻게 몇 수 앞을 진행할 지 미리 예측하고 대처하면 승리할 수 있다. 독서는 이와 같은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인간은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다양한 저자들의 생각과 경험을 미리보며 앞날을 내다볼 수 있다. 더구나 당장의 눈앞에 전개되는 이익만을 보지 않고 좀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혜안도 생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조금씩 지혜의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지금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19로 인해 주변이 온통 시끄럽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그리고 언제 이것이 끝날 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성숙한 인격을 갖춘 사람은 차분하게 대처하며 때를 기다린다. 반면에 시시각각 뉴스에 눈을 떼지 못하고 안절부절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류는 처음부터 이런 염병과 함께 지금까지 살아왔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이런 상황을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대비하는 계기로 삼느냐 아니냐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보며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데 주력해야 한다. 필자만 해도 평생을 바깥에 나갔다 들어오면 손을 거의 씻지 않거나 대충 씻는 습관이 있었다. 아내는 적어도 30초를 씻으라고 하지만 지금은 자주 적어도 10초는 손을 씻는다.
육신의 눈과 함께 마음의 눈을 밝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마음의 눈은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생각을 갈고 닦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독서는 그 중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책은 저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프레임으로 세상을 프리뷰하며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독서에 그치지 않고 필자처럼 글을 쓴다면 더 넓은 세상을 내다볼 수 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위한 독서는 재미 있고 의미 있다. 지혜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독서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더 많이 얻고 생각을 버무려 글로 완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것만 바라보고 사는 삶은 고리타분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탐닉하는 것은 흥미롭다.
출처: 한국독서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