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散策)은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 천천히 걷는 일을 말합니다. 달리기와는 다르게 산책은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면서 걷는 것입니다. 독서는 산책과 여러모로 닮았습니다. 둘 다 생각을 수반하는 행위입니다. 작가들의 산책은 일상의 일부분입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심지어 독서와 글쓰기를 위해 마라톤을 했습니다. 작가들의 산책은 각기 나름대로 특징이 있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산책을 하는 도중에 끊임없이 생각의 실타래를 풀어 놓는 과정을 무한 반복합니다. 자연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색의 깊이가 점점 농익어 갑니다. 특히 발바닥이 길과 맞닿는 접촉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고 미래를 가슴에 품습니다. 그런 감성이 오롯이 끓어오르면 독서와 글쓰기가 조금씩 더 진지해집니다.
괴테와 같은 대작가들의 산책은 시계 추와 같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이루어졌습니다. 산책하는 시간도 정해 두고 몰입을 했던 겁니다. 물론 작가들이 건강을 위해 산책을 한다고 하지만 건강 외에도 산책은 삶의 활력소를 불어 넣어주는 비타민 역할을 톡톡히 하곤 합니다. 그래서 흔히 산책은 걸으면서 하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산책이라고 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산책은 살아있는 책이라고도 합니다. 필자는 2015년 제주 올레를 걷게 되면서 독서에 더 깊이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보통 20킬로미터를 걷고 나면 성취감이 물밀듯 밀려옵니다. 몸은 나른하지만 정신을 더욱 말짱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한 권의 책을 손에 들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전혀 없습니다.
여행의 종류는 많습니다. 비행기 여행, 열차 여행, 자동차 여행, 오토바이 여행, 자전거 여행 등 다양한 여행이 많지만 여행 중 여행은 단연코 도보여행입니다. 가장 안전하고 가장 두뇌에 많은 자극을 주는 여행입니다. 두뇌를 깨우는 걷기는 두뇌뿐 아니라 온몸의 세포를 일일이 움직여 깨웁니다. 깨운 세포에 독서로 채우면 피와 살이 새롭게 돋아납니다. 마음까지 평온해지면서 자신만의 독서 세계에 빠져들게 됩니다. 도보여행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는 제주에 가면 당연히 차를 빌려서 목적지에 빨리 가서 원하는 일을 처리하거나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는 단순한 과정이 반복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갑니다. 공항에서부터 버스를 타고 다닙니다. 발로 걸어 다니다 보니 제주의 구석구석을 알게 되었습니다.
독서와 산책이 이렇게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증거했습니다. 오늘 다시 산책과 독서라는 주제의 칼럼을 쓰면서 새삼 산책의 중요성을 깨닫고 필자도 나만의 산책로를 정하고 일상에서 산책을 꾸준히 할 것을 새롭게 다짐합니다. 시골 산책길도 좋지만 도심 산책길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습니다. 무더위가 지나고 이제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더욱 산책하고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 되었습니다. 하루를 숙제가 아닌 축제로 만드는 방법은 자신의 생각만 바꾸면 가능합니다. 출퇴근 길이든 누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든 상관없이 걸어가는 길이 모두 산책로이기 때문에 더욱 좋습니다. 많이 걷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독서하는 정말 아름다운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