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릴적부터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관대하라고 듣고 배워 왔습니다. 그렇지만 때로는 자신에게 관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나친 완벽주의를 가진 사람들의 공통점은 끊임없이 자신의 부족한 점만 확대해서 생각하고 겉으로 표현합니다. 대체로 그런 사람들은 평균을 넘어서는 나름대로 실력을 갖춘 자들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하면 자존감도 낮아지고 자신감도 떨어집니다. 더 잘 해 보려는 의욕은 있지만 생각대로 잘 안 되거나 실수라도 하게 되면 자책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스스로 자신을 혹독하게 다루며 답답해 하는 유형입니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완벽주의는 정말 쓰레기통에 내다 버려야 할 잘못된 습관입니다. 하지만 오늘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완벽주의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줌(zoom)에 대한 강의가 많아지면서 2시간 정도 강의를 한 후 피드백을 받기 위해 설문지 작성법을 알려주며 몇가지 간단한 질문을 합니다. 그 중 하나는 줌에 대해 배웠으니 이제부터 활용해 볼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겨우 20% 정도가 해 볼만하다고 응답합니다. 나머지는 더 배워야겠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화상 회의 방식이니 처음에는 얼떨떨 하기도 할겁니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한번 해 보겠노라고 말하고 시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고 여전히 더 배워야 한다는 사람의 간극은 순식간에 벌어집니다. 두뇌 회전이 빠르거나 느리거나 기억력이 좋거나 나쁜 게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자신이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태도의 문제입니다.
줌 강의를 2시간 듣거나 3주에 걸쳐 6시간을 배우거나 설문조사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본격적으로 배워서 직접 활용하겠다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배웠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해 보았느냐가 관건입니다. J중학교 진로진학 담당 K교사도 완벽 지향주의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지난 2월에 필자로부터 처음 줌에 대해 소개를 받고 학기 초에는 과연 줌을 수업에 활용할 수 있을까 한동안 고민했지만 생각을 바꿔 직접 도전하고 활용한 결과 겨우 6개월 지난 지금은 누구보다 줌을 잘 아는 줌 전문교사가 되었습니다. 필자와 함께 <줌을 알려줌>이라는 책도 출간하고 많은 교사들에게 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줌을 활용해 동영상을 활영해서 e학습터에 올렸지만 이제는 줌으로 실시간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강연을 하면서 제발 배우기만 하지 말고 부지런히 익히라고 주문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지능지수가 높은 우리는 열심히 배우기만 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과 습관이 저변에 짙게 깔려 있습니다.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조금 배우더라도 익히는 숙성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숙성은 생각만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몸을 움직여 직접 부딪혀 보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동일한 말을 수없이 반복하면 따로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 가끔 교안도 없이 두세 시간을 열심히 강연하는 필자에게 어떻게 그토록 잘 아느냐고 묻습니다. 지름길은 없습니다. 수없이 반복하면 기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그토록 무거운 완벽주의자라는 짐은 내려 놓을 때가 되었습니다. 자신에게 관대해야 자존감과 자신감이 회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