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든 사회든 국가든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여 흐릅니다. 100년도 채 살지 못하는 인간에게 활자화 된 기록은 어제를 거울 삼아 오늘을 살아가게 하고 내일을 꿈꾸게 합니다. 독서는 이와같은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무한한 상상력을 가진 인간이라고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신의 영역입니다. 다만 과거의 기록을 통해 통찰력을 얻어 보다 나은 미래를 열어가는 능력을 발휘할 뿐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인간의 지혜는 거기서 거기가 아니냐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 독서의 힘은 그 무엇보다 개인의 내공을 차별화 하는데 사용하게 됩니다. 그냥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뜻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역사를 연결하는 방법은 독서 외에도 입에서 입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일관성이 부족하고 왜곡되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서를 통해 통섭의 오묘한 세계로 나아가는 방법은 꽤 흥미진진 합니다. 책은 저자가 쓰지만 해석은 독자의 몫입니다. 동일한 책을 읽고도 각자 다르게 해석합니다. 최근 서울시 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서 1인창직 프리랜서 되기 과정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벌써 일곱번째 과정이니 봄과 가을이 세번이나 바뀌었습니다. 이 과정이 특별한 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독후 에세이를 쓰고 발표하는 것입니다. 수강자들은 열심히 책을 읽고 각자 나름대로 해석한 후 향후 어떻게 자신에게 적용할지 의견을 발표하는 방식입니다.
매주 한 권씩 읽고 쓰고 발표하기 때문에 벅찰 수 있지만 이 과정을 마칠 때 쯤이면 이구동성 평생 등한시 했던 독서를 다시 하게 되어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한꺼번에 생겨나게 되지요. 한번 독서에 흥미가 붙고 자신감이 생기면 마약처럼 떨쳐 내기 어렵습니다. 손에서 좀체로 책을 떼어 놓지 못합니다. 과정을 마친 후에도 독서모임으로 전환하고 열심히 정기적인 모임을 갖게 됩니다. 그때부터 막연한 독서가 아니라 자신의 평생직업을 찾기 위한 목표가 뚜렷한 본격적인 독서가 시작됩니다. 지금까지 독서를 그저 교양을 쌓기 위해 또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 했다면 지금부터의 독서는 차원이 다릅니다. 독서의 목표가 분명하면 과정도 뚜렷해 집니다. 당장 손에 잡힐 듯 미래가 가까이 다가옵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다시 미래를 내다보는 독서는 우리를 살아 있게 합니다. 일상 생활에 의욕을 불어넣어 주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역사는 사람과의 연결이라고 단정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빠진 역사는 의미 없기 때문입니다. 학창시절 시험 공부를 위해 줄줄 외웠던 역사 연대기도 독서를 통해 새삼 인물을 중심으로 재발견 하면 새롭고 재미가 넘칩니다. 왜 그 때는 이런 것을 깨닫지 못했는지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인간은 기록의 동물입니다. 무엇보다 기록을 남긴 선조들이 고맙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지금도 부지런히 기록을 남기는 저자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훗날 우리 후손들도 우리가 남긴 기록을 통해 알게 되고 연결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