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공부하고 하루 종일 일합니다. 어려서부터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마치 죄를 짓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무조건 부지런히 움직이며 일을 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은 하나의 컴퓨터가 동시에 여러 개의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컴퓨터 용어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일반화된 용어입니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컴퓨터와 인간의 두뇌는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해내지 못합니다. 동시통역은 실시간으로 언어를 번역하여 두 언어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실상 동시통역도 순차통역의 변형된 방식입니다. 왜냐하면 하나의 언어를 듣고 다른 언어로 통역을 하기 때문입니다.
멀티태스킹은 인간의 두뇌를 혹사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두뇌 회전이 빠른 사람은 자신이 멀티태스킹을 한다고 자랑합니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을 무슨 대단한 능력을 가진 것처럼 우쭐댑니다. 하지만 결코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한 번에 한 가지씩 차근차근 집중해서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뇌과학자들에 의하면 피트니스센터에서 걸으며 TV를 보거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합니다. 음악을 들을 때는 음악만 듣고 일을 할 때는 일만 하는 게 낫다는 뜻입니다. 결국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집중하며 한 가지씩 하는 것을 권합니다. 그래도 젊을 때는 건강한 육체와 정신으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지만 나이가 들어서까지 그렇게 하는 것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21세기에 특히 서울과 같은 도심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하루 종일 바쁩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졌는데 그 시간을 쪼개어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느라 동분서주합니다. 일을 줄여야 합니다. 일을 줄이고 그 대신 사고력을 키워야 합니다. 인간의 목표는 성숙하고 행복하기 위해서입니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일어나면 가장 중요한 일을 우선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나서 오후 3시쯤 되면 심신이 피로해집니다. 그래서 의사들도 중요한 수술은 주로 아침에 합니다. 많은 일을 하기 보다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효율성과 효과성을 위해서는 일을 줄이며 집중해야 합니다. 하루에 너무 많은 일을 하려는 목표를 수정해야 합니다. 중요도를 따져 일을 하면 나머지 덜 중요한 일은 저절로 해결되거나 사라집니다.
중요한 일은 아침에 하고 일주일 중에는 월요일부터 수요일 사이에 집중해서 하는 편이 좋습니다. 일 년 중에는 1/4분기에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필자는 특히 주(week)라는 개념을 좋아합니다. 혹시 주초에 중요한 일을 하지 못했어도 여전히 주말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필자도 젊은 날에는 노트북을 가지고 출퇴근을 했습니다. 90년대 중반에 노트북과 인터넷이 나오면서 보란 듯이 들고 다니며 일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일의 우선순위로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던 것 같습니다. 아침과 주초에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의지력이 강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일을 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제는 챗GPT까지 나와서 도움을 주므로 차분하게 생각하며 일의 우선순위를 잘 따져야겠습니다. 허둥지둥 살면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