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토론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내년 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은 연일 각종 공약을 쏟아내고 여기저기 인터뷰를 하느라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조만간 후보들 간의 열띤 대선 토론이 시작될 것입니다. 토론은 정치가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덕목입니다. 어느 조직의 리더가 되거나 사회적으로 리더의 위치에 도달하려면 토론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런데 선진국에 이미 들어섰다고 자부하는 우리에게는 아직도 성숙한 토론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습니다. 당연히 어릴 적부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받아왔던 주입식 교육과 잘못 전해진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지시하고 복종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토론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고 다른 사람과 타협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필자는 매주 화요일 오후에 J중학교 1학년 자유학년제 교사로 4년째 학생들을 지도해 왔습니다. 자유학년제는 1년 동안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지 않고 자유롭게 여러 가지 경험을 쌓는 활동을 말합니다. 매주 주제를 달리하여 학생들과 질의응답식 수업을 진행합니다. 이번 주에는 토론을 주제로 두고 대립토론을 직접 해보았습니다. 통일을 해야 하는가 아닌가에 대한 필자의 질문에 절반의 학생들이 통일을 해야 한다고 대답하고 나머지는 통일을 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책걸상을 옮겨 마주 앉게 하고는 대립토론을 시작했습니다. 필자가 먼저 대립토론을 할 때 주의사항을 일러주었습니다. 예의를 지키고,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고, 상대를 비방하지 않고, 돌아가면서 의견을 말하기 등이었습니다. 1시간가량 대립토론을 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놀라웠습니다.
첫 번째 반응은 토론이 이렇게 즐거운 줄 몰랐다는 겁니다. 다음으로 친구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으며 자신과는 다른 생각을 듣게 되어 좋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토론을 더 자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리더는 말과 글로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줄 알아야 합니다. 역사상 위대한 사람들은 모두 토론에 관한한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토론을 즐겼습니다. 토론으로 굳게 다져진 사람들은 모두 위대한 연설가이며 지도자로 우뚝 섰습니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말을 잘하기보다 잘 말하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려주었습니다. 토론을 잘하는 사람은 잘 말하는 사람입니다. 많은 말을 하지 않고도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의 의견의 핵심을 또렷하게 말하는 것이 토론의 능력을 키우는데 핵심입니다.
대한민국 대립토론의 선구자 박보영 토론학교 교장은 지난 30년 동안 ‘토론의 달인이 세상을 이끈다’라는 슬로건으로 대립토론의 기법을 연구하고 전파해 왔습니다. 그는 대립토론에 관한 책만 벌써 8권을 썼고 초등학교 교장을 퇴직한지 한참 지났지만 지금도 열심히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립토론은 초등학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꼭 필요한 능력입니다. 우리 정치권의 토론 장면을 가끔씩 접하면서 토론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아예 초등학교 교과서에 대립토론을 추가해서 가르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J중학교 학생들의 기대를 담아 내년 초에 박보영 박사를 초청해서 강의를 듣거나 J중학교에서 대립토론 배틀을 한번 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토론 능력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