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대면 독서모임

성과 중심의 독서모임을 지향하는 A 대표가 이끄는 독서모임이 8년째 지속되고 있다. 연초에 일년치 독서 목록을 미리 정해두고 매월 1회 오프라인 대면방식으로 미니강연을 하거나 독서토론을 해왔다.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 펜더믹으로 인해 온라인 화상대면 방식의 독서모임을 처음으로 가졌다. 줌(zoom)이라는 서비스가 익숙하지 않은 멤버들이 처음에는 조금 낯설어 했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한 진행이었다. A 대표가 주제 강연을 하고 이후 질의응답과 자유토론을 하는 형식이었다. 보통 오프라인 독서모임은 독서모임을 하기 전에 잡담으로 대화를 시작하는데 주로 영향력이 큰 사람이 어띤 화두로 말을 꺼내느냐에 따라 대화의 향방이 달라진다. 그런데 화상대면 방식은 직접대면 방식과는 조금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줌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화상대면 방식은 공유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발표자가 미리 준비한 슬라이드를 공유하면서 모든 모임 참가자들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돌아가면서 모임 리더를 정하면 리더의 인도에 따라 발언하고 질문하는 방식이 바람직하고 모임을 직접 리딩 해보는 경험도 쌓게 된다. 2시간 반 정도의 얼굴대면 방식의 독서모임을 위해 왕복 2시간 이상 오고가야 하는 원거리에 거주하는 멤버들에게는 화상대면이 시간 절약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줌은 녹화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나중에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어서 모임 중간에 참가하거나 불참한 멤버들에게도 유익하다. 물론 화상대면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악수를 하는 등 스킨십을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칫 공감대 형성이 느슨해질 수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반드시 얼굴을 봐야 직성이 풀리고 대면하고 일을 해야 성과가 나온다는 고정관념에 오랫동안 붙잡혀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 팬더믹은 이런 우리의 고정관념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비롯해서 21세기 들어 벌써 네 번의 대규모 바이러스 습격을 받았다고 하니 앞으로는 언제 갑자기 또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우리를 위협할 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비즈니스든 독서모임이든 지속성이 항상 중요한 이슈가 되기 때문에 직접대면과 화상대면 두 가지 방식 모두 평소에 준비해 두었다가 시의적절 하게 활용하는 융통성이 요구된다. 독서모임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모임을 이끄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독서모임이 있지만 잘 되는 독서모임이 있는가하면 오래가지 못하는 독서모임도 꽤 많다.

지금까지 누군가 만들어 놓은 독서모임에 참가했던 사람은 이번 기회에 화상대면 방식의 독서모임을 직접 시작해 볼 것을 권한다. 몇명이든 상관 없이 독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화상으로 만나 서로 읽은 책을 나누고 토론하는 방식 정도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독서를 하고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의 독서모임 주관은 또하나의 큰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팬더믹은 하루 아침에 조용히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워낙 강력해서 상당기간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조만간 예전처럼 직접대면 방식의 독서모임을 다시 하기에는 왠지 꺼림칙한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화상대면 방식의 독서모임을 충분히 습득해 두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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