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意志, will)란 어떠한 일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을 말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선택이나 행위의 결정에 대한 내적이고 개인적인 역량이라고 합니다. 습관(習慣, habit)이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입니다. 우리 인간은 대부분 의지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습관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입니다. 의지가 마음이라면 습관은 행위가 따르는 것입니다. 의지와 비슷한 단어로는 심지(心志)가 있습니다. 영어 단어는 같은 will입니다. 의지가 강하다거나 심지가 굳다는 표현은 마음으로 선택한 것을 흔들리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말입니다. 반대로 결심은 자주 하지만 습관이 될 때까지 꾸준히 이어가지 못하는 사람을 의지가 약하다거나 심지가 굳지 못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을 면밀히 관찰해 보면 대부분 우리가 하는 행동은 습관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간혹 의지력을 발휘해서 다른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습관이 되지 못하면 어느새 옛 습관으로 돌아옵니다. 대표적인 나쁜 습관으로는 도박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 등이 있지만 좋은 습관도 아주 많습니다. 골프 운동을 할 때 프로 골퍼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연습한 스윙을 습관화해서 막상 실제 상황에서 스윙을 할 때는 한 가지만 생각하고 잡념을 떨쳐버린다고 합니다. 그에 비하면 아마추어 골퍼는 티 박스에 올라가는 순간부터 온갖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게 됩니다. 멘탈 운동이라고 부르는 골프는 그래서 의지만으로는 절대 좋은 스코어를 내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스윙을 해야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골프라는 운동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로 무장한 현대인은 생각을 하지 않는 동물이라고 혹평합니다. 또한 생각은 하되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노력은 좀처럼 하지 않으려 합니다. 물이 낮은 곳으로 언제나 흐르듯 우리의 몸과 마음은 쉽고 편한 길로 가려는 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간의 뇌는 게으름을 좋아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뇌는 에너지를 사용할 필요조차 없으므로 그냥 그대로 점점 더 편안하게 쉬려고만 합니다. 신체의 나이와 상관없이 건강하고 활력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고 쉴 새 없이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필자가 매주 칼럼을 쓰는 행위도 이제는 습관이 되었습니다. 15년 정도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이제는 몸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놀라운 습관의 결과입니다.
글을 쓰지 않고 독서만 했다면 이룰 수 없는 생각의 깊이를 요즘 자주 체험합니다. 이제 조만간 창직에 관한 네 번째 책이 나옵니다. 2015년부터 시작해서 공저로 쓴 두 권의 줌(zoom) 실용도서를 포함하면 여섯 번째 책입니다. 뒤돌아 보면 필자도 40대까지는 의지가 강하지 못했고 그냥 습관에 따라 세월을 흘려보내며 살았습니다. 우연히 시작한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으로 습관의 중요성을 깨닫고 몸으로 실천해 왔습니다. 특별히 잘하는 주특기는 없었지만 습관에 따라 꾸준히 글쓰기를 계속하면서 깨달음에 이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는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 자신의 의지가 약하다고 한탄하지 말고 작은 일에도 생각하며 실행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이 얼마나 의지보다는 습관에 좌우되면서 일상을 살아가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