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이란 단어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첫째, 단언(斷言)은 주저하지 아니하고 딱 잘라 말하는 것이며 둘째, 단언(端言)은 도리에 어긋나지 아니한 바른말을 하는 것입니다. 흔히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도리에 맞는 말을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무척 노력하지만 이것이 습관화되면 정작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지 못하고 자신의 말만 되풀이하는 외골수가 되기 쉽습니다. 단언하기보다는 상대를 배려하는 겸손한 질문자가 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합니다. 나이가 들거나 배운 것이 많을수록 우리는 기회만 있으면 남을 가르치려 듭니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듯 성숙해지면 남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오히려 한 가지라도 더 배우려고 합니다. 상대가 묻기 전에 성급하게 가르치려는 사람은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고 맙니다. 이것은 세상만사 모든 경우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유명한 조직 커뮤니케이션 코치인 더랩에이치 김호 대표가 추천한 에드거 샤인과 피터 샤인의 공저 <리더의 질문법, Humble Inquiry)에서는 겸손한 질문은 관계 맺기를 위한 최고의 투자라고 강조합니다. 단언하지 않고 겸손하게 질문하기 위해서는 보고 느끼고 충동적인 발언을 억제하고, 행동을 취하기 전에 경청하고 무슨 일인지 파악하는 습관을 들이고, 무엇을 언제 어떻게 물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겸손은 단순히 공손한 태도와 말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뛰어넘어 상대방의 욕구와 요구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질문을 통해 상호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습니다. 말은 쉽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심하고 인내하면서 습관이 되도록 꾸준히 연습을 해야 합니다.
겸손한 질문을 몸에 배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직장 동료와의 대화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매일 만나 많은 대화를 하는 가족과 직장 동료에게 오만하게 단언하는 말을 하지 않고 겸손한 질문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언어는 습관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결코 바뀌지 않습니다. 말의 습관을 바꾸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겸손한 질문을 시작하는 자신이 어색해서 어려워합니다. 겸손한 질문은 언제나 선택권을 상대에게 넘겨주는 질문입니다. 충분하게 배경 설명을 하되 결정적인 선택은 상대방이 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겸손한 질문은 꽤 난이도가 높은 질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십수 년 전에 미국 부동산자신관리협회(IREM)에서 우리나라에 교수(Faculty) 임용을 위한 시험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필자는 그때 인적자원관리(Human Resources Development) 교수로 최종 합격했는데 그 이유는 열심히 공부를 해서라기보다 시험 감독관들이 여러 날에 걸쳐 단언하지 말고 질문하라(Don’t Tell, Ask Question)고 주문한 내용을 숙지하고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하지 않았던 여러 명의 응시자들은 당연히 탈락했습니다. 일상에서 단언하기는 쉽지만 질문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게 됩니다. 간혹 질문하려면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알아야 질문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알든 모르든 질문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질문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알고 배우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질문의 위력입니다. 오만하게 단언할 것인가 아니면 겸손하게 질문할 것인가는 오롯이 우리의 선택입니다. 점점 복잡해지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겸손한 질문을 통해 궁극적으로 관계 맺기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