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이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완벽하려고 애를 쓰면 실수가 더 잦은 법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에서는 누구나 바로 방어적으로 변해 버린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된다. 반면에 실수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협력해서 함께 다시 일어서는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얻게 된다. 실수 했을 때 칭찬하고 격려하는 가운데 서로에 대한 신뢰가 싹이 트고 뿌리를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 개인도 그렇고 기업도 마찬가지다. 실수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격려하는 기업 문화가 갈등을 줄이고 일할 의욕을 불태운다.
1980년 3월 필자는 첫 직장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을 시작했다. 그 당시 대형 컴퓨터를 움직이는 컴퓨터 언어는 주로 COBOL이나 FORTRAN이었다. 먼저 업무의 로직(Logic) 세우고 코딩(coding)을 한 후 천공(Punch) 카드에 구멍을 뚫어 리더기에 읽히면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변화되는 식이었다. 그런데 코딩을 하면서 로직을 잘못 세우거나 소수점의 위치를 바꾸기만 해도 결과는 전혀 엉뚱하게 나타났다. 한번 실수하면 천공 카드를 몽땅 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해야하는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당시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프로그래머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다그치는 수퍼바이저(supervisor)의 엄격한 업무 스타일로 인해 필자를 비롯해 마음의 상처를 받는 프로그래머들이 많았다.
요즈음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경우를 보면 물론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수개월에 걸쳐 심사 숙고하지만 한번 채용하고 나면 직원을 믿고 실수를 했을 때 칭찬하고 격려하는 기업 문화가 대세이다. 애자일(agile) 경영은 신속하게 일을 진행하지만 실수 했을 때 거기 머물지 않고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새로운 시도를 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다변화 하고 있는 소비자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야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직원들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실수를 통해 더 많이 배우고 익히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가는 지식과 경험은 고스란히 기업의 가치 창출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수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는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첨예하게 경쟁하는 학교와 기업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부모가 먼저 자녀에게 말과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똑바로 해라. 실수하지 마라. 틀리면 안 된다. 이겨내야 한다. 이런 다그치는 말을 끊임없이 듣고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완벽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스스로 만든 울타리 속에 갇혀 전전긍긍 하며 산다. 그저 위에서 시키는 일은 꼬박꼬박 잘 해 내지만 실수가 두려워 새로운 일을 꾸미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서툴기만 하다. 완벽하지도 많으면서 완벽하려 하면 할수록 더 실수가 잦아져서 자신에게 실망하고 낙심하게 된다.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고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면 된다. 이것이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