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토너스 하이(Marathoner’s High)는 마라토너가 힘든 상황을 넘기고 나면 평안함이 찾아오는 현상을 말한다. 비슷한 말로 스위머스 하이(Swimmer’s High)도 있다.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토너가 달리는 도중 체력적으로 극한 상황을 맞아 계속 달려야 하나 아니면 포기해야 하나를 두고 갈등하다 끝내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다시 파워와 자신감이 넘쳐나 나머지 레이스를 거뜬히 완주한다는 뜻이다. 우리 삶도 다르지 않다. 순간순간 고비를 넘기지만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웬만한 어려움은 내성이 생겨 점점 견디기 쉬워진다. 인간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받을수록 뇌부터 시작해서 모든 세포가 초긴장 상태에 돌입하고 나중에는 인내력이 형성되어 고난을 이겨낼 수 있다.
L은 어려서부터 수없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자랐다. 부모 대신 가장 노릇을 하며 동생들의 뒷바라지까지 도맡았다. 성인이 되어 회사를 경영하면서도 여전히 가족들을 돌보며 살아왔는데 어느날 앞이 갑자기 보이지 않아 병원에 갔더니 뇌종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 떨어지고 수차례 수술을 했지만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누가봐도 참 억울하겠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지만 정작 본인은 태연하다. 옆에서 그를 쳐다보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 오지만 산전수전은 물론 공중전까지 모두 겪어서인지 겉으로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고난 천성으로 주위에 어려운 사람들이 눈에 밟힌다며 뭔가를 늘 챙겨주는 타고난 오지라퍼이다. 자신을 더 보살펴야 하는데도 말이다.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고 하지 않는가.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열매의 단맛을 이미 맛보았기 때문일까? 아무튼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인내력은 인간이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덕목 중의 하나다. 그저 주어진 대로 살아가고 화나면 화를 내고 짜증이 나면 다른 사람을 탓하며 살아가는 삶은 편하겠지만 그런 삶은 거기서 거기다. 단맛을 한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은 인내의 기나긴 여정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느 누가 스스로 인내의 쓴맛을 자청해서 보려 하겠느냐만 우리는 주위에서 그런 사람을 종종 만난다. 선수 뿐아니라 아마추어 중에서도 마라톤을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하는 사람은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느끼는 희열을 한번 맛보았기 때문이다.
세상을 편안하게 살아가려는 욕망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원하지 않고 뜻하지 않은 어려움이 닥쳐도 기꺼이 이겨내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세계적인 팬더믹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온통 뒤집어 놓았다. 여파가 얼마나 갈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몇몇 업종을 제외하면 모두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 뿐아니라 세계 경제도 1929년 대공항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거라고 아우성이다. 이렇게 힘든 시기를 우리 모두 잘 견뎌야 한다. 서로 격려하며 잘 이겨내야 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 나만 잘 살겠다고 뛰쳐 나와봐야 어디 갈 곳도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안전한 나라도 지역도 없다. 우리가 거하는 곳에서 차분하게 받아들이고 참고 버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