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서평] 50이면 그럴 나이 아니잖아요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이며 오지랖통신 대표인 김정은 작가의 신간 산문집은 좀 특이하다. 50가지 단어 중 꿈만 빼면 두 자로 된 단어로 한 꼭지씩 글을 썼다. 후루룩 읽는데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100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책이다. 그런데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저자는 글 솜씨도 있지만 마음을 훔쳐가는 도둑이다. 부제가 재미있다. 오십 년을 살았는데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른다이다. 우리 모두 공감하고 있다. 아마 평생 자신이 누군지 모르고 살다 갈 것이다. 저자의 숙성된 생각과 출판사 대표의 투철한 실험정신이 빚은 결과 이 책이 나왔다. 나이 50이 되면 갑자기 생각이 많아진다. 100세 시대이니 이제 내리막길이다.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가 쉽지 않은 법이다. 일독하며 생각의 여행을 떠나보기를 권한다.
출판사 서평
남이 아닌 나를 돌보며 살기로 했다
요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유명한 경구를 패러디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라는 문장이 곧잘 눈에 띈다. 이 문장에 어울릴 법한 이야기가 있다. 바로 빨간 스포츠카 이야기다.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한 번쯤 빨간 스포츠카를 꿈꾼다. 그러나 젊은이에게는 그런 스포츠카를 구입할 만한 경제력이 없다. 열심히 돈을 벌어 스포츠카를 살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을 마련하면, 이미 빨간 스포츠카가 어울리지 않는 중년의 나이가 되어 있다는 이야기.
그런가 하면 이런 이야기도 있다.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 역시 비슷한 신세지만, 이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쌩쌩 달리는 사람들 중에 스카프를 벗으면 의외로 나이 든 할배 할매가 많다는 것이다. ‘할리 데이비슨’을 구입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이미 젊음을 다 보낸 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스카프로 가린 채 도로를 질주하는 그들. 그들에게 앞서 말한 두 문장을 내밀면, 그들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문장에 더 큰 공감을 표할 것이다.
나이 오십. 백세시대의 딱 절반이다. 아직 젊다고 하면 젊은 것 같고, 늙었다고 하면 그래 늙었지, 하고 수긍할 수도 있다. 이제 더 이상 남에게 기대어 살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놓아주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남에게 나를 맞추지 말고 나에게 나를 맞춰서 살아가야 한다. 50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정직하게 나와 의논하며, 무리하지 않고 나에게 속도를 맞춰야 하고 나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져야 할 시기다. 그 말인즉슨 내가 나를 오롯이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다. 너무나도 거대한 도전이 아닐까, 싶지만 그럼에도 도전해볼 가치는 있다. 어쨌거나 내가 나를 가장 잘 알아야 하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보듬고 끌어안을 사람은, 오로지 오십 년을 함께해온 나뿐이기에.